중세의 그 표정없는 성인들의 날갯짓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간 후의 찬란함 그 어디에서도 이런 사도의 표정은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카라밧지오가 부른 예수와 사도들이 내겐 그만큼 충격이었고 감동이었나보다.
(그림편지..의심하는 도마 참조)
마태란다.
보자...그림을 의뢰한 이들에겐 머리를 날려버릴 듯한 충격이었을 게다 ^^;;
성스러움, 기품. 어딘지 모를 처절한 비애...하늘에 대한 경건한 기도...는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촌 늙은이다.
이마가 훌렁 드러난 이 남루한 사내는 책장을 짚는 손조차 어설퍼 보인다.
살면서 종이와 펜과 별로 친하지 않았을 것이 단박에 드러난다. 들일을 마치고 막 돌아온 듯한 차림, 게다가 천사가 손으로 잡아주어야 서툴게 글귀를 떠듬떠듬 알아챌 수 있을 만한 무식의 남자다.
그 와중에도 다리를 꼬고 앉은 저 불경을 보라. 맨발에 발바닥이 다 드러낼 정도니, 이 농부의 차림을 못견뎌했을 그 신성한 사제들의 분노가 손에 잡힌다.
그런데도...
어둠을 배경으로 드러난 건 이 맨발의, 맨 종아리의 늙은이와 그 노인의 손을 잡아 일러주는 천사의 눈길이다.
얼마나 깊이 몰두해 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억센 손으로 천천히 책의 글귀를 짚어가는 이 사람에게는 지금 천둥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 같다.
그랬다.
믿음은, 그리고 소망은 바로 이 꾸밈없는 삶의 현장에서 맨발로, 맨 종아리로, 저 투박한 손으로 빠져든 눈길이었다.
어떤 신실한 수도자의 기도가, 무지하고 꾸밈없는 저 사내의 지금 저 표정만큼 진지하고 간절할 수 있을 것인가.
왼쪽 바닥으로 떨어진 반대 방향으로 천사의 날개가 하늘을 대변하듯 마주하고 펼쳐져 있다.
땅에 딛은 저 정직한 맨발과 하늘의 말을 전하는 저 날개...
우리가 보고 꿈꾸고 또 살아가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던가.
땅에 발을 대고 하늘을 사모하는 신앙.
후광이 없다고? 근육이 생생한 저 맨살보다 더 정직하고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 그 어떤 성인의 머리에 덧씌워진 아우라보다 못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마태여.
그대 복이 많도다.
가난하고 배움이 없는 그대의 생에 그분이 오셨으니 그대는 이제 하늘의 사람이로다.
굼뜨고 더딘 그대의 눈과 손이, 정직한 발과 몸으로 인해 새 하늘을 보고 만들겠도다.
아름답다. 못나고 뭉툭한 그대의 맨발..정녕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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