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디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
세상으로 가는 길은 흰 눈으로 갇혀버린 나라.
아무도 찾지 않고 아무 부름도 없는 나라.
물 속처럼, 눈 속처럼 고요한 그 눈나라에서
시인은 꿈을 꾼다.
서럽고 아름다운 마음을
눈속에 묻는다.
소정의 그림과 백석의 시를 보며
나는 또 나의 정인을 생각한다.
말이 아닌 나귀를 타고 홀연히 세상을 버리고 돌아가
눈속에서 붓을 씻고
눈 속에서 먹을 갈고 싶었을 그이.
꼭 저런 초가를 짓고
꼭 저런 마음으로 눈 감고 싶었을 그 사람....
그 사람..
오늘은 그 사람을 위해서만 부지치 못할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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