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들녘이다.
스산하게 부는 바람이, 돌아앉은 노인의 어깨를 지나 앙상한 나뭇가지를 휘감는다.
풀마른 낮은 언덕의 노인은 늦은 가을날과 더불어 쓸쓸한 하나의 풍경이 되어버렸다.
돌아가야 할 시간.
걷던 길은 잠깐이었다.
쓸쓸한 바람 뿐이다.
뉘라 있어 동무삼아 이 저문 들을 같이 갈 것인가.
되돌아 생각하면 무지개도 보였고 폭풍우도 치던 날이 있었다.
지금은 모두가 지는 저녁, 애초에 왔던 곳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날이 저문다.
바람이 분다.
일어서야 하는데, 남은 미련을 숨기지 못한다.
하지만, 잔치도 끝난 저녁.
돌아간다. 잎도 꽃도 져버린 저 나목과 더불어.
이제 하나의 마른 풀잎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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