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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소금눈물의 그림편지

2016년 11월 26일 최누리개인전 <의태어> - 대전예술가의 집

by 소금눈물 2016. 11. 28.

 

 

 

그림을 잘 알지 못하는 청맹과니의 눈으로 보면 갈수록 한국화와 서양화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느낌이 든다.

수묵을 주재료로 하는 전통 한국화를 정서의 바탕에 깔고 보자면 화려한 채색한국화와 서양화의 특징을 잘 모르겠다. 주제나 소재도 다양하고 그림의 재료도 이전과는 비교도 안되게 확장되었다.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때로는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림이야기가 풍성해진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뭐 워낙에 시야가 좁은 탓이긴 하지만, 최누리작가도 나는 처음 들어본 작가였다.

갤러리에 작가나 큐레이터가 있었으면 작품세계에 대해 설명을 부탁했을 것을, 하필 점심시간이어서 그런지 내내 기다리다 돌아나와야했다.

하긴 이렇게 되면 작가의 의도를 묻지 않고 오롯이 나 혼자 내 눈과 마음으로만 볼 수 있으니 좀 엉뚱하고 말이 안된다 해도 혼자 느끼는 감상도 나름의 수확이긴 하다.

 

처음 작품을 돌아보면서 느낀 감상은 화려하고 아름답다는 느낌이었다.

화폭 전면을 가득, 확대된 꽃과 꽃사이를 헤엄쳐다니는 열대어의 교차는 신비스럽고도 아름다운 어떤 피안의 느낌이다.

화폭을 가득 채운 꽃술과 꽃잎을 보노라면 조지아 오키프의 그것들도 연상된다.

좌우를 나누어 대치된 화면은 데칼코마니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연상케 한다. 어려서 저렇게 화려한 꽃무늬의 이불을 덮고 잤던 어린시절이 떠올라 그림 앞에서 혼자 추억에 잠겼다.

 

 

 

조금씩 다른 고양이과 호피무늬를 확대한 화폭을 주의깊게 들여다보면 투명한 금붕어가 어른거린다.

지상의 동물과 물속의 동물- 현실에선 만날 수 없는 세계의 조우랄까.

아름답고 신비스럽다.

 

 

먼 곳을 바라보는 표범의 눈동자. 피안을 바라보는 것 같은 눈동자 너머로 어른거리는 물고기들의 부드럽고 조용한 유영.

 

 

 

심해에서 바라보는 수면 위의 달빛이 저러할까.

심해에서는 육지동물인 토끼가 아닌 물고기가 주인공이 되어 달나라를 헤엄치고 있을 것이다.

빛이 닿지 않는 깊고 깊은 그 나라에는 모든 생물이 빛을 잃는다는데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있다. 상상 너머의 고요한 물속, 모든 빛도 소리도 사라진 그곳에서 하늘거리는 꽃밭이 아름답다.

 

 

먹빛 심해에 푸른고리문어가 느릿느릿 움직인다.

클림트의 붓을 연상시키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몸을 갖고 있지만 기실 이 문어는 맹독을 갖고 있는 무서운 녀석이다.

누군가를 위협할 의지는 보이지 않고 물결에 흐느적거리는 촉수를 뻗는 푸른고리문어는 이 밤바다의 주인공같다.

작가는 왜 하필 이 푸른고리문어를 택한 것일까? 물어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푸른고리문어도, 표범도, 사실 그 생태계에선 위협적인 생물이지만 작가의 화폭속에서는 위험보다는 당당한 지배자처럼, 이 세계와 저 세계를 건너는 어떤 메신저처럼 느껴진다.

 

 

다른 그림도 그랬지만 이 그림은 정말이지 맘에 들었다.

여름날 장독에 금붕어를 담아놓고 들여다보는 느낌처럼 아련하고 아름답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지느러미로 헤엄치는 물결, 흔들리는 물결과 바람결은 한 몸이다.

 

아 참 아름답고 좋은 전시회였다.

아무도 없는 화랑에서 혼자 돌아다니고 들여다보며 이 아름다운 작품들을 혼자 차지하고 보는 기꺼움이란!

 

어느 재벌보다도 더 부자가 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