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에 부쳐진 소설- 답게 그동안 삽화로 그림만 올라왔는데 오늘 처음으로 사진이 등장했습니다.
제일 큰 원인은 물론 적당한 그림을 도저히 찾지 못해서였지만 배병우님의 소나무 사진을 보며 언젠가 꼭 한 번 써보고 싶었기도 했습니다.
내리 이틀을 꼬박 서고를 다 둘러엎어놓고 그림책을 뒤지고 인터넷 자료도 찾다찾다 포기할 즈음 에라 모르겠다 핑계김에 써먹기로 했지요.
이 분의 소나무 사진을 보면 분명히 피사체를 두고 찍은 사진인데도 우리에게는 영락없는 한국화, 먹을 듬뿍 머금은 굵은 붓이 호기롭고 당차게 지나간 화선지 위의 문인화처럼 느껴지지요.
가지와 잔뿌리를 모두화면에서 잘라내 버리고 든든한 둥치를 확대했지요. 굉장히 남성적인 느낌입니다. 잡다한 수식이나 치장도 없이, 침묵하는 병사들의 사열같지요.거기에 희미한 박명의 숲이 주는비밀하고 음습한 기운, 정중동의 필선을 사진을 두고 이야기하면 이상할까요?
비슷한 구도의 그림을 풍죽도에서 먼저 만난 적이 있습니다.
능호관 이인상의 설송도였지요.
사실 오늘 풍죽도에서 쓰인 <소나무>는 문인화의 그 느낌으로서의 사진이어서는 아닙니다. 저 어두운 소나무숲을 숨이 차게 달려가는 장용위 선기대의 모습을 그리고 싶어서였습니다. 입김을 뿜어내며 달리는 준마들, 늠름한 장용위의 숨가쁜 채찍질, 저 숲 어디선가 달려오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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