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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소금눈물의 그림편지

Cow's Skull With Calico Roses- 오키프

by 소금눈물 2011.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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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그림에서 성적 상징만을 보았다면 그것은 감상자의 집착일 뿐이라고 그녀는 일갈했지만
오키프의 그림을 보면서 그 노골적인 성기의 연상에 당혹스러워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화면을 온통 커다랗게 차지한, 카라나 양귀비들에서 다른 무엇을 떠올릴 수 있다는 말일까.
훈련되지 않은 보통의 감상자들은 너무나 쉽게 여성성기를 떠올리고, 또 말 많은 잘난 평론가들 역시 그녀에게서 매운 여성성의 주장을 내내토록 말하고 떠들었으니.
그것과 반대로 육탈이 된 소의 백골, 살 한 점 붙어있지 않은 그 날카롭고 단단한 빈 뼈에서 공허하고 무력해진 남성 가치에 대한 통렬한 공박을 본다.

이미 그 세대의 거장이었던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일상다반사 | 돌아오는 저녁..바람이 몹시 불었습니다.-참조)와 무려 23년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사랑에 빠졌고 결혼을 했던 오키프는 자신의 그림을 통해서 공박하고 분노하는 형태로서가 아니고, '보여주'고 당당히 '주장하'는 형태로 그 여성의 정수를 유감없이 아름답게 보여준다.
(그림편지 -붉은 양귀비 참조-)

훔쳐보기에 익숙하고 몰두하는 눈에게 보여주기, 드러내기로 응수하면서 남성중심의 가치에 저항하고 당당한 작가로서 말이다.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 로댕과 까미유 끌로델의 불행한 애증관계와는 달리 스티글리츠와 오키프의 관계는 완전한 믿음과 서로의 세계에 대한 존중으로 가득차 있었다.
(자기 세계의 확보가 무엇보다 가장 큰 전제조건인 예술에 있어서, 이런 관계는 얼마나 절박하고도 어려운 것이었던가)

오키프를 화단에 소개하고 그녀의 예술성을 발굴해준 스티글리츠와, 스티글리츠의 카메라를 통해서 자신의 내면과 스티글리츠의 시선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낸 오키프.

오키프의 카라 연작을 볼 때마다 그녀의 독자적인 아름다움의 세계에 매번 감탄하면서도, 스티글리츠가 찍은 사진에서 오키프의 그 서늘한 지성과 자기 세계에 대한 아름다운 자긍의 발현에 또 그것을 발견해준 그 남자가 아름답다.

오키프, 스티글리츠...

아름답고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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