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째서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이렇게 슬픈 얼굴을 가졌는가
그 자식이 온전치 않고 설움에 겨울수록 더 그렇다.
콜비츠의 판화에 남겨진 전장에 아들을 둔 늙은 어미.
시장바닥에 앉아 하염없이 저녁을 기다리는 오윤의 어머니.
그리고 이 어머니.
이 그림을 그릴 당시 로뜨렉의 나이는 열 여덟이었다.
집안의 전통에 따라 로뜨렉의 어머니 아델 부인은 사촌과 결혼했지만 이 무렵 남편과 별거중이었고, 어렸을적 두 차례의 골절상으로 불구가 되어버린 아들을 두고 그 아래 어린 자식을 먼저 보낸 불행한 여인이었다.
서른 일곱에 알콜중독에 따른 정신병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어머니는 아들에게 각별하게 사랑을 쏟아부었다.
온전하게 세상을 걸어가는 자식이라도 어머니는 평생을 가슴을 쓸어안으며 바라보거늘, 불구의 아들, 거기다 정신마저 건강치 못할때 그 어머니의 심중이 오죽했으랴.
배경은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비춰지는 식탁이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아침이 왼쪽 어깨 위에서 드리워진다.
부유하고 지체높은 이였으니 무슨 몸고생이 있었으랴.
그런데도 숨길 수 없는 깊은 슬픔이 열 여덟 어린 아들의 붓끝에 여지없이 걸렸다.
기품있는 자세로 앉아 있지만 어머니의 어깨는 쳐졌고 내려깐 시선에는 한없는 슬픔이 젖는다.
키 작은 그림자를 가진 아들, 그 아들이 평생 그 그림자로 비틀비틀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가슴에 얼음이 박혔을 어머니...
어머니는 아들의 십자가를 대신 져 줄 수 없어 고통스럽고
아들은 그 십자가를 어머니 앞에서 감출 수 없어 서럽다.
오. 어머니!
우리에게 주신 신의 쓸쓸한 다른 얼굴...
'그룹명 > 소금눈물의 그림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메로스- 램브란트 (0) | 2011.11.03 |
---|---|
우인의 초상- 구본웅 (0) | 2011.11.03 |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 일리야 레핀 (0) | 2011.11.03 |
붕대를 감은 자화상- 반 고흐 (0) | 2011.11.03 |
피레네성- 르네 마그리뜨 (0) | 2011.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