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에로스가 갖고 노는 화살이 가당찮아 보였던 아폴론이 자신의 용맹함을 자랑하자 에로스가 비웃는다.
당신은 그 화살과 용맹으로 세상의 뭇것들을 거두고 풀 수 있지만 나는 이 작은 화살로 그 뭇것들의 마음을 거두고 풀 수 있다고.
그리고는 하늘로 날아올라 아폴론에게 참을수 없는 그리움을 심는 금화살을 날리고 그 상대로는 강의 신 페네이오스의 아름다운 딸 다프네에게 혐오의 납화살을 날린다.
태양을 운행하고 페가수스로 천공을 가로지르던 아폴론도 그 작은 꼬마신의 화살촉 하나에 여지없이 당해서 그는 죽도록 다프네를 쫓아간다. 다프네는 강의 신 페네이오스의 딸로 처녀신인 아르테미스를 따르던 소녀였다. 납화살이 아니라 해도 아폴론의 사랑을 받아들이기에는 이래저래 어려웠던 셈.
다프네는 기겁을 하고 도망치다 도저히 달아날 수 없게되자 아버지에게 하소연을 해서 아폴론의 손이 닿기 직전에 월계수로 변해 버린다.
이루지 못한 사랑에 통곡하던 아폴론은 다프네를 기념하여 승리의 상징으로 그녀의 잎을 따서 장식을 한다.- 이것이 월계관의 시작이었다.
몸...
몸이 있는 탓에 이렇게 너와 떨어져 있어야 하지만
몸이 없다면 어떻게 너를 만져볼 수라도 있을까..
(고종석.사랑의말, 말들의 사랑中)
참을 수 없는 욕망의 그리움이었으니 그녀의 옷깃이라도 닿아야 했을테고 자라는 욕망은 옷깃으로만 족할 수는 없었을게다. 그것이 사랑의 속성이고 권리이고 또 비극이 아니던가.
그녀의 손, 그녀의 얼굴, 그녀의 입술, 그녀의 몸.
그의 손, 그의 목소리, 그의 숨소리....
사랑이 요구하는 제 몫에 대해 누가 과연 초탈할 수 있을 것이며 그게 과연 사랑일 수 있을까.
문득 범부도 아니었으되 사랑 앞에선 신도 또한 될 수 없었던 아폴론의 비극이 마음에 얹힌다.
천상의 것, 천하의 것을 다 가질 수 있던 그도 고작 한 여인의 몸을 갖지 못하여 뼈저린 상심으로 남았구나.
몸이 무엇이관대, 그 사랑이 무엇이관대....
사람의 아들아
나지 말 지어다, 나는 것 괴롭도다
아 사람의 아들아
죽지 말 지어다, 죽는 것 괴롭도다...
- 박정만 "어디선가 들려오는 中"
**조각작품 베르니니, <아폴로와 다프네> 1622-25년, 대리석, 높이 243cm
로마 보르게제 박물관
'그룹명 > 소금눈물의 그림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경(秋景) -이상범 (0) | 2011.11.03 |
---|---|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 - 존 싱어 사전트 (0) | 2011.11.03 |
다나이스 - 로댕 (0) | 2011.11.03 |
세한도 - 김정희 (0) | 2011.11.03 |
세례 요한 - 엘 그레코 (0) | 2011.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