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 그림을 처음 본 것은 어렸을때 문고판 소설집의 겉표지에서였으리라.
그때 처음 보았던 아름다움과 아련한 감동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름다운 정원, 소녀들의 주위로 흰 백합이 피어있고 날개는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달려 있는 것처럼 착각이 들만큼, 흰옷을 입은 소녀들은 천사같다.
여린 박명이 드리워지는 듯한 이른 저녁나절이지만 어둠의 흔적도 또 깊지 않아 중국식 등을 켜는 소녀들은 백합과 장미와 흰 등과 더불어 가장 아름다운 한순간을 빛낸다.
실제로 사전트는 땅거미가 질 무렵의 이 정원의 아름다움에 넋을 뺏겨서 해질 무렵의 이 짧은 찰나의 아름다움을 그려내기 위해 재빨리 붓질을 하며 화면을 채워나갔다고 한다.
무거웠고 치열한 작가혼을 드러내는 다른 작품들을 보다가 이런 그림을 보면 그저 아무 생각없이 무장해제 당한 채 미소를 띠며 아련한 이 아름다움의 세계로 빠져드는 건 나 뿐일까.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한 순간, 그야말로 찰나일 뿐이 이 서정의 한 날들이 왜 이리 슬프도록 아름다운 걸까...
길지 않음을 알기에, 다시 오지 않을 순간임을 알기에 다시 돌아갈 길이 없는 사람들의 목메인 그리움이 아니어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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