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댕의 작품들은 볼 때마다 그 무게감과 전해지는 함의로 보는 사람을 일단 기를 죽인다.
조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 생각하는 사람이나, 지옥의 문, 칼레의 시민들 등 한 두점의 사진이라도 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의 작품의 의도들은 비교적 잘 읽힌다는 점이 강점이고 또 작품들마다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좋아하는 그의 것은 특히 이 다나이스와 성당이다
물결치듯 길게 늘어진 머리켤과 물이 흐르듯 유연한 실루엣으로
엎드린 여인의 목덜미부터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선은 비애와 고통의 형벌의 여인이라기보다는
관능과 우수로 먼저 다가온다. 이 작품은 그 유명한 비운의 연인 까미유 끌로델을 모델로 제작되었다 한다.
그래서일까 지옥의 문 군상들은 대체로 비애와 고통으로 가득찬 인간들의 처절한 모습을 나타낸 반면에 이 작품은은 오히려 관능적이면서 우아한 볼륨과 선이 특징적으로 두드러지기 때문에 도달할 수 없는 이데아 앞에 쓰러져 고통을 겪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성적으로 성숙한 여성의 아름다운 신체가 강조되고 있다.
다나이스는 그리이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다나오스의 딸들로 모두 49명인데 (한명만 빼고)조상들의 복수를 한답시고 첫날밤에 신랑을 모두 죽인죄로 지옥에서 밑빠진 독에 물을 채우는 형벌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을 볼 때마다 나는 우리 백자의 아름다움, 그 유려한 선과 풍부한 양감과 더불어, 로댕을 향한 까미유의 질기고 슬픈 사랑을 보는 것 같아 애잔해진다.
자신의 전 존재를 바쳐 사랑했으나 영감을 도둑질 당하고 재주를 시기받아 사랑에서도 버림 받은 여인, 유부남을 사랑해서 가문에서도 파문당하고 죽을때까지 정신병원에 감금되었던 이 비운의 천재조각가.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 여성의 재능은 남성의 시기와 저주를 받은 때였다고 한다
꼭 그 시기를 받고 태어나 그 재능으로 인해 사랑받았으나 그 재능으로 인해 또 버림받은 여인.
로댕의 작품을 볼 때마다 그의 뒤에선 한 여인의 그림자를 슬프게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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