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룹명/소금눈물의 그림편지

세례 요한 - 엘 그레코

by 소금눈물 2011. 11. 3.

-= IMAGE 1 =-

세례 요한을 생각함


세상에서 가장 힘들 것 같은 일이
무엇이겠냐고 물었다.
두세명의 대학생과 직장에 다니는 젊은이도
두엇 있었다.

대답은 여러가지 였다.
그런데 그중 하나가
"친구의 행운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것"
이라고 대답했다.
일순간에 형성되는 두터운 공감대.
다들 이 대답에 동의했다.

변심한 애인을 웃으며 보내는 일보다
사랑을 위해 부모를 포기하는 일보다
천만원이 든 현금가방을 파출소에 갖다 주는 일보다
더 힘든 것은
타인의 행운을 진심으로 기뻐하며 축하해 주는 일이란다.

누군가의 길을 열기 위해 기꺼이 제 기득권 전부를 포기하고
자신은 그 뒤로 말없이 스러지는 일....
가장 어렵고 힘들다는 이일을
가장 멋지게 해낸 인물이 성서 속에 있다.

세례 요한...
그는 멋진 사람이다.
제사장 가문의 외동 아들로 나면서부터 이미
미래를 보장 받았으나, 그가 택한 삶은
나귀 털로 몸을 가리고 메뚜기를 양식 삼으며
미래가 보이지 않는 조국의 현실을 아파하며
자신을 던져 진리와 정의의 불씨를 일구는 선지자의 길이었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인식했고
그 일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목숨을 던지는 것 까지도...

예수 그리스도의 부각과 더불어
그는 예수가 펼칠 미래의 전망 속에
자신이 현상황에서 해야할 역할을 깊이 고민한다.
그리고 이미 얻어진 대중의 지지나 활동의 성과를 모두 포기하고
최고 권력자의 가슴에 정의의 화살로 박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사역을 마무리한다.

헤로디아의 은쟁반에 얹혀졌던
요한의 머리는
혁명가이며 신앙인으로 부끄럼 없이 살다 간
아름다운 젊은이의 가장 그다운 마지막이었다.

예수와의 만남 후에
"오기로 약속된 그이(이스라엘의 구원자)가 당신입니까?"
라고 물었던 요한은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라는 말로 자신과 예수의 역할과 위상을 정리하였다.
그에게는 역사와 대의 외에 다른 것,
자신에게 매어달릴 수 있는 모든 권리, 칭송, 세상의 평가....
이 모든 것이 의미 없었다.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오며
사람 또한 어제의 사람이 가고
오늘의 사람이 다시 오는 이 즈음,
떠나는 이의 입장에 서서 자꾸만
순간에 머무는 세상 인심이 서글퍼지려 하는 나는
자주 세례요한의 삶을 떠올린다.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세례요한 그는 실로 멋진 선지자였다.


글은 나무님의 것입니다. 세례요한의 소명과 위치에 대해 이만한 짚음을 못 보았습니다.

'그룹명 > 소금눈물의 그림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나이스 - 로댕  (0) 2011.11.03
세한도 - 김정희  (0) 2011.11.03
풍경- 이마동  (0) 2011.11.03
동방박사의 경배- 램브란트  (0) 2011.11.03
걷는 사람 - 알베르토 자코메티  (0) 2011.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