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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문예사상과 규장각(1)
by 소금눈물
2011. 11. 7.
10/04/2007 10:23 am
(색칠한 부분은 따로 부기하지 않는 한, 정조의 문집인 홍재전서에 기록된 정조의 글이며, 해설은 책 지은이 정옥자님의 글임을 밝힙니다.)
책상 위에는 애당초 한 질의 책도 놓여있지 않고 뜻을 두는 것은 전곡(錢穀), 갑병(甲兵) 등록책자에 불과할 뿐이니 매번 (세자 때에 책상 위에) 책을 쌓아 두었던 일을 상기하면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히지 않은 적이 없다.
-권 161. 89책 일득록 문학 1
정조는 학문의 정진을 위한 방안으로 <독서기>라는 일종의 비망록을 만들었다. 그것은 그가 어려서부터 읽은 모든 책을 경사자집(經史子集)으로 분류해 각 책 아래에 찬인과 의례를 상세히 기록하고 끝에는 읽은 해와 평정(評定)의 글을 적어 넣어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는 한가할 때면 이것을 들추어 보는 취미가 있었는데, 여기에서 평생의 공부를 역력히 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경계해 반성하는 바도 많다고 했다.
내가 근일에 제신들이 서양설을 힘써 배척하는 것에 대해 진심을 다하여 정학(正學)을 밝히라고 한 것은 이단을 물리치는 근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제신들은) 다시 일찍이 명말청초의 책을 정학이 무성한 곳으로 여겼으니, 저 속학(俗學)에서 넘어져 두이굴면서도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는 자를 어찌 단지 '학식이 미치지 못하여 견해가 낮을 뿐'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권 50. 26책
사학(邪學)이 횡류하는 까닭은 정학이 밝혀지지 않은 데서 연유하는 것이니 정학을 밝히기 위해서는 주자를 존중하는 것보다 더 급한 것이 없다.
-권 165, 91책
* 학(學)이 정도(正道)에 무익하다면 무학(無學)만 못하고 문(文)이 실용(實用)에 합당하지 않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 후세의 유자(儒者)가 심성을 능숙하게 말하는 사람은 있어도 실지사공(實地事功)에 이르러서는 아득해 무엇인지 모르니 이는 실로 무용지학(無用之學)이다.
- 권 163, 90책
* 제왕가(帝王家)가 되어 어찌 문장을 할까보냐. 실공(實功) 실덕(實德)에 힘쓸 뿐이다
- 권 162. 90책
문체가 번잡하면 용장(冗長)해져서 읽기에 부족하고 간이(簡易)하면 벽삽(치우쳐지고 막힘)해져서 읽을 수 없게 된다. 번간(煩簡)은 모두 마음에 두어서는 안되니 반드시 바람이 물 위를 가듯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모록문이 소장공의 글을 평하여 말하기를 "그 마땅히 가야할 바에서 가고 그쳐야 할 바에서 그쳤다"라고 하였으니 이것이 그 경지를 잘 활용했다고 할 수 있다.
- 권 161.89
정조의 문풍구폐의 노력은 문장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사풍(士風)이라 할 선비들의 생활상에까지 미쳤다. "천성이 검박(儉朴)해 어려서부터 화미(華美)함을 즐기지 않았다(정조실록)"는 정조는 국초 이래 면면히 내려온 조선 선비의 검약생활이라는 전통에 견주어- (이하 略)
문장은 구태여 조채(화려함)을 구할 필요가 없다. 글이란 질(質)에서 생기는 것이니 호표(虎豹)의 글은 견양(犬羊)의 글보다 빛나지 않을 수 없고, 금옥(金玉)의 글은 와석(瓦石)의 글보다 휘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어찌 지력(知力)으로 억지로 얻을 수 있겠는가.
- 권 161.89책
정옥자 <정조의 문예사상과 규장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