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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동유럽여행

17. 플젠을 거쳐 밤베르크로.

by 소금눈물 2019. 10. 29.



'플젠을 거쳐'라고 쓰긴 했지만 플젠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어요.

'필스너 맥주'의 고향, '라거맥주의 시작'이라는 동네에  들렀는데 그쪽에는 관심이 없는 고로 잠깐 난 자유시간에 시내 서점에를 둘러보았습니다.

체코여행의 마지막 날이라, 어디서든 정말 무하의 작품을 만나보고 싶었거든요.

서점과 기념품점을 몇 군데나 들러서 '무하의 작품을 보고 싶다, 무하 기념품이 있느냐' 물어도 무하를 모르네요 ㅜㅜ

시간도 다 되어가고 이 작은 시내서 더 돌아봐야 할 곳도 없을 것 같아 마지막 들른 곳에서, 무하의 화집이 없다면 그러면 체코의 트래디셔널 화가의 작품집을 보고 싶다고 했는데 미안하다고 없답니다.

그러면서 대신 내주는게 클림트.

아니나 세상에.., 물론 클림트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이곳이 모두 합스부르크 영향권이긴 했죠. 그땐 나라의 개념보다는 제국 바운더리였으니까.

하지만 화폐디자인까지 참여했던 체코의 화가가 화집 하나 없다는게 참...

경복궁 아트샵에서 단원의 기념품 하나 없이 우키요에 화집만 본 느낌이랄까요. 아 물론 나는 클림트도 아주 좋아하고 우키요에도 좋아합니다만, 그래도 그 나라의 대표적인 화가를 기념하고 상품화한 곳이 하나도 없다는 건 이야기가 다르잖아요.


무하는 물론 트래디셔널 아티스트의 작품집 한 권도 없대서 그냥 나 혼자 둘러보겠다고 뒤지다 발견한 한 권!!

점원이 이 책이 있는지도 몰랐던, 단 한 권 남아있던 무하의 도록이었습니다. 사실 무하의 도록은 한국 전시때 산 책이 물론 있지만 그 나라에서 가서 사는 건 다른 거죠.


천신만고 끝에 구한 도록 한 권을 챙겨서 어찌나 기쁘던지.

그러나, 필젠 시내의 과일은 너무 비쌌고 게다가 다 물러서 이걸 돈주고 파나 욕도 나오고.- 딱히 돌아볼 것도 살 것도 없던 플젠이었어요.


그렇게 플젠을 거쳐 헤프로 가서 마지막 밤을 보냅니다.

어느새 돌아가는 날이 되어버렸어요.

시작할 땐 멀어보였는데, 이제 귀국길의 그 고단한 비행시간이 걱정이 되는 아침입니다.


마지막 여정은 독일 밤베르크입니다.

밤베르크는 크지 않지만 고즈넉하고 예쁜 고장이었어요.


밤베르크는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 북부의 도시인데  레그니츠 강 연안을 끼고  중세의 성당 · 탑 · 조각품 · 교회수도원 등 유서 깊은 건축물이 많은 옛도시라네요.




'강물'이라기보다는 시내에 가까운, 아주 작은 쑤저우를 보는 듯한 강변에서 만난 장난감처럼 이쁜 자동차.

맑은 시내에 버드나무 가지가 늘어서 있고 집들도 아주 이뻤어요.

'작은 베네치아'라고 불린다는데 그럴만 하네요.

 흐린 아침이었지만 어쩐지 마을이 텅 빈 듯 조용하고 고즈넉해서 참 좋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갔나 했더니 여기에 모여 있네요.

축일이었나봐요. 우리가 운이 좋았어요.




작은 성당  마당에 행진을 위해 나온 성상이 있고 잘 자려입은 사람들이 북적북적




장난감 집들처럼 이쁘지요?



꼭대기 성으로 올라가다 만난 축일 행렬.






그야말로 티비에서만 보았던 축일 행렬을 보니 경건하면서도 감동스럽습니다.

대주교님과 성당 사람들 뒤로 이 마을의 주요 인사들과 각 계층을 대표하는 이들이 각자의 기와 팻말을 들고 행진합니다.






이곳이 행렬이 시작되었던 밤베르크 대성당이랍니다.






지금까지 지나왔던 그 압도적으로 화려하고 장엄한 대성당들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조용한 마을이라 참 정감있었어요.





방금 끝난 행사를 정리중인 수도사님.







성당 안은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 있어서 겉 사진만.






유럽여행의 마지막이 드디어 되었구나.. 빨간 지붕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시내로 내려왔어요.

체코와 먼 곳도 아닌데 확실히 지나온 고장과는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





깔끔하고, 각져 있고 - 음. 역시 독일이군.




엄청 유명하다는 훈제맥주집이라는데, 이른 아침부터 나발 불 일도 없고, 마그넷 하나 사기가 아쉬운 시간이고 ㅜㅜ



오십센트를 주고 줄서서 들어가는 화장실 옆에서 찍은 강물.



여기의 운하들은 풍경이 아닌 생활과 경제의 수단이었습니다.

무거운 목재와 철들을 실은 배가 강물을 따라 오갑니다.



날이 흐려서 덥지 않은 게 다행이네요.

사진은 민망하지만.




마을 고샅길을 지나가며






여기가 뭐하는 곳이냐 물으니 지나가는 이따만한 아저씨ㅡ 나도 여기가 첨이여!

ㅡ,.ㅡ



버려진 휴지 하나 없이 깨끗한 길.







오 이쁜 집!




꽃이 있는 창을 보면 어쩐지 그 집 사람들은 다 행복하고 착할 것 같지 않나요?









엽서처럼 아름답던 작은 고장 밤베르크.


안녕 -



아홉날의 추억을 뒤로 하고 이제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갑니다.








들판을 뛰어가던 여우와 사슴.

그림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운 들판과 하늘.


살 날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들으며 사직서를 던지고 떠난 동유럽 여행.

건강이 좋지 않아 몸고생 마음고생도 했고, 난감하고 미안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돌아보니 정말 추억이네요.


다시 가고픈 고장. 몸을 좀 챙겨서 다음엔 꼭 다시 가보자.


행복했던,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