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9.코카서스여행

2. 고리와 우플리스치케, 구다우리

by 소금눈물 2019. 7. 15.

제 3일. 2019년 6월 29일



저녁에 도착한 보르조미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선지 좀 추웠어요.

덥다는 말만 듣고 옷을 얇게 가져왔는데 큰일났습니다.

이제 시작일뿐인데 몸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져버렸습니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다 토해버렸습니다.

앞 여행, 동유럽에서 민폐덩어리가 되어 돌아다녔는데 아무래도 불안해집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을 나왔습니다.

이 곳은 천연가스와 아름다운 스키리조트로 요즈음 유럽사람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한창 짓고 있는 리조트가 많이 보였습니다.


한계령 짙은 안개길을 올라가는 느낌의 보르미니 산속.



개별의 숙소는 훌륭했지만 아침에 돌아보니 눈길이 가지 않는 곳에는 서둘러 개장한 흔적이 보이네요.

(간밤에 물이 잘 안나와서....흑... ㅜㅜ)



아침이 되니 빗방울이 굵어졌어요.

오늘은 동굴도시 우플리스치케에 가는 날입니다.



우플리스치케는기독교가 전파되기 전에 이미 조성되어 태양신을 숭배한 흔적이 보이지만 기독교 전파 후 태양신 신전은 철저히 파괴되었다고 합니다.   신앙의 피난처였던 터키의 가파도키아와 달리 실제로 B.C 6세기 부터 AD1세기까지 실제로 주민이 거주하던 집단 거주지였습니다. 청동기시대에 곡괭이로 이 바위산을 파서 2만 5천명을 수용하는 도시를 만들었다니 대단합니다.  6-7세기  이슬람의 침략 때는 피난처가 되어주었지만 몽골의 침입때는  1만 5천명이나 학살을 당했던 끔찍한 역사가 있습니다.



빗줄기가 거세진 가운데 미끄러진 바위 언덕을 조심조심 올라갔습니다.

언덕 아래 쿠라강이 흐르고 강변으로 비옥한 평야가 펼쳐져있습니다.

평화시에는 농사를 지으며 산 아래 살다가 위기에 천혜의 요새인 이 바위 언덕 도시로 올라와 살았답니다.




이 높은 바위 언덕에 어떻게 올라와있는지.

옴폭 파인 곳에 마치 처음부터 자기 자리였던 듯 차지하고 앉아 멀뚱히 손님들을 바라보던 개. ^^;



타마라여왕이 집무하던 방이라는데 천연의 바위를 파서 만들었습니다.

비잔틴양식의 돔형 천장이 아닐까 싶어요.






천혜의 요새라고 바위 산으로 도망쳐왔는데 물밀듯이 밀려와 이만 명을 학살하는 몽골군이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요.

지옥의 모습이었을 거예요.


조지아를 다니다보면 이 언덕, 저 다리가 몇만 명이 학살당했던 곳, 이런 식으로 설명을 듣는데 참 아픈 역사를 견디면서도 자기의 문자와 언어를 잃지 않고 견뎌온 대단한 나라구나..하는 존경심이 절로 들어요.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강물을 식수원으로 끌어올려서 넉넉히 살 정도로 살림을 꾸렸다니 대단한 기술이네요.

포도주를 담그던 시설이나 재판을 받고 형벌을 받던 곳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언덕의 가장 높은 곳에 세워진 우플리시트슬리스 교회.

10세기에 지어졌는데 새로 복원을 한 곳이랍니다.



조지아의 교회들이 모두 그러했듯, 정갈하고도 고요합니다.

소박하고 장엄한 침묵의 아름다움. - 조지아에서 만난 신앙이었습니다.

 







위기시에 비밀통로가 되었던 굴을 파서 만든 길을 타고 내려옵니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소박한 집들.

인도의 가로수가 포도나무예요.

가을이 되면 포도나무 덩굴마다 주렁주렁 포도가 익겠지요.

손님은 신이 보낸 선물로 여겨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정성껏 맞아 섬긴다는 착한 사람들.





점심으로 먹은 빵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직접 손으로 만들어 화덕에 구운 빵은 별다른 감미료가 없이도 그 자체로 정말 맛있었어요.


가장자리가 살짝 탄, 저 담백한 빵의 고소함. 잊을 수 없을 거예요 ㅠㅠ





이 날 오후는 고리의 스탈린 박물관 관람이었습니다.

고리에서 태어나 레닌의 뒤를 이어 소련연방의 수장이 된 강철의 사나이, 전대미문의 독재와 대 숙청으로 천만명을 아사시키고 누구에게도 도전받지 않는 강력한 공포정치를 휘두르며 피의 독재를 수행한 인물. 우리에겐 6.25전쟁으로 남북분단을 만든 원흉 중 하나이지요.



살아서 얼마나 끔찍하고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그가 남긴 것은 먼지앉은 데드마스크와 조명이 어둡고 음울했던 박물관 하나와 녹슨 방탄열차 한 량이 전부였네요.


자신의 고국인 조지아 청년들을 50만명이나 전화 속으로 끌고 끌고 들어갔던 이 독재자는, 그래도 아직은 누군가에겐 숭배의 대상인 듯, 박물관 앞 도로에 빗물을 피해 비닐 포장이 둘러쳐진 가판대에 그의 모습을 딴 기념 컵과 마그넷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른 저녁, 우리는 코카서스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산속 구다우리로 이동했습니다.


빗속에서 스쳐가는 능선이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