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와 둘째 날 -6월 27-28
자유여행이 아닌 패키지 여정이므로 감안해서 봐주세요.
코카서스 3국 여행상품이 아마도 제일 많을 거예요.
그렇다면 모스코바나 다른 나라 도시 등을 거쳐 들어갈텐데 나는 한진관광 전세기 상품이어서 대한항공 직항으로 티빌리시로 바로 들어갔습니다.
시간이 된다면 이 상품을 적극 추천합니다. 일단 직항이라 편하고, 가기 전에 러시아와 조지아 간의 심상찮은 분위기로 모스코바에서 조지아로 항공기를 못가게 하니 마니 하던 어수선한 상황이었는데 신경쓰지 않고 아주 편했어요.
트빌리시 국제공항에서의 첫 느낌은... 그냥 좀 작은 공항이구나 하는 거였어요.
활주로에 비행기가 많지 않았고, 입국심사관들 표정이 굳어있어서 사회주의 분위기가 이런 거구나 싶은 것이 내가 만난 조지아의 첫 인상이었습니다.
우리 비행기 전부가 온 것이어서 입국장은 좀 지체되었습니다.
절차를 마치고 나오니 기다리던 현지 가이드님 앞에서 병아리들처럼 우왕좌왕.
환전은 입국장을 나와서 바로 할 수 있습니다. 시내에도 환전소가 있긴 하지만 별 차이 없으니 그냥 공항에서 하세요.
조지아의 화폐는 '라리'이고 원화x 450정도 하면 대강 맞을 거예요.
유심도 여기서 할 수 있는데 이 앞 며칠 전에 갔던 동유럽여행 유심에서 코카서스까지 커버해준다는 걸로 샀는데 개뿔! 코카서스에선 전혀 안통했어요. 하지만 호텔에서는 호텔 와이파이로 쓰고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는 버스 자체의 와이파이로 써서 사실 불편할 건 없었어요. - 하지만 이 다음 아르메니아에선 버스 와이파이가 안된다능 ㅜㅜ
환전을 얼마 할까요? 하고 물어보니 가이드님이 10이나 20달러 하세요 하길래 농담인 줄 알았어요.
아니 팁도 아니고 며칠이나 있을 건데 뭔;
그런데 맞았어요.
사실 뭘 살 시간도 많지 않고 살 것도 별로 없었어요. 와인이나 마그넷 정도랄까요. 혹시나 하고 30달러인가쯤 했는데 마그넷 사고 나중에 현지 보조가이드로 열심히 해준 기가에게 몇 달러 팁으로 주고 거리 악사들과 신나게 어울리면서 달러 팁 하고, 뭐 딱히 쓸 돈이 없었네요.
(조지아에서 20달러쯤+ 10달러쯤 과 아르메니아에서 40유로를 했습니다. 각 날짜마다 베드 팁으로 1달러씩을 썼습니다. 그 것으로그럭저럭 충분했고 마지막에 아르메니아에서 아주 맘에 드는 그림을 못 사서 섭섭하긴 했지만 돌아다니고 쓰고 하는데 딱히 부족하진 않았어요, 참고하세요.)
하여튼-
오랜 비행과 랜딩하자마자 밀어닥친 더위로 꼬질꼬질해진 우리는 어수선한 인사를 주고받으며 숙소로 이동합니다.
조지아라는 나라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와 간단한 인삿말을 배우고 버스 창 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을 봅니다.
가마르조바 조지아. 반갑다!
조지아의 능선들.
여정길에 보았던 이 너른 초원위의 아름다운 야생화들, 못 잊을 아름다운 모습들이었습니다.
조지아에서 만난 첫 조지아의 마음 - 즈바리 수도원.
조지아에 조지아정교를 전파한 성녀 니노, 성녀 니노의 이름은 조지아를 다니며 내내 듣게 되는 이름입니다.
조지아정교 교회는 우리에게 익숙한 가톨릭이나 한국의 개신교와 다르게 낯설게 느껴질만큼 거의 아무런 장식이 없어보입니다.
두 개의 나무를 겹쳐 십자가를 만들었다던 니노의 십자가는 세월이 가면서 가로축의 나무가 아래로 휘어졌고 이 독특한 모양의 십자가는 조지아 정교 십자가로 굳어집니다.
무너진 성벽과 정리가 안 된 돌계단 등, 겉으로 보면 버려진 수도원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예배를 드리는 곳이예요.
아득한 언덕 아래로 언덕 아래로 쿠라강과 아라그비강 두 줄기로 갈라져 흐르는 평원, 티빌리시가 수도이기 전에 옛 수도였다던 므츠헤타가 내려다보입니다.
별다른 장식 없이 투박한 벽돌로 쌓은 수도원. 그야말로 완전히 정결하고 순전한 신심만 깃들어있는 것 같은 수도원입니다.
조지아정교의 예배는 꼬박 세 시간을 서서 드린다고 합니다.
하늘로 치솟아 올라가는 고딕교회들의 화려한 스테인드 글래스를 보고 다니다, 유리창문도 없이 뚫어놓은 벽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살은 언어로 달리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감동이었어요.
하나님에게 가는 내 기도가 거추장스런 치장없이 바로 봉헌될 것 같은, 그래야만 하고 그렇게 될 지성소의 본디 모습입니다.
벼락같은 감동, 나는 조지아와 순식간에 사랑에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투박한 작은 성채처럼 보이는 수도원이 그 오랜 세월, 상처와 시련을 견디면서 버텨온 조지아의 정신이었구나. 이 들판의 아름다운 들꽃처럼.
즈바리 수도원을 내려와 다음으로 간 곳은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입니다.
므츠헤타올드스티릿을 지나 만나는 스베티츠호벨리 성당은 십자가에 달렸던 예수의 성의 중 일부가 묻혀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 성당은 조지아의 가장 중요한 교회 중 하나로 오늘날까지 가장 경외받는 장소 중 하나입니다. 현재 이 곳은 므츠헤타와 트빌리시의 대주교 성당입니다.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건설된 트빌리시 성 삼위일체 대성당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성당이며, 므츠헤타에 있는 다른 역사 기념물들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요.
한 장면에 도저히 잡히지 않지만
성당 입구에 모형이 있습니다.
성당으로는 11세기에 건축되었다지만 4세기 전반에 이미 토대가 이루어져 있었답니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성심이 성당의 거친 벽면에 숨쉬고 있습니다.
이것이 니노의 구부러진 십자가입니다.
조지아의 상징 같은 느낌이었어요.
역시 내부는 그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소박합니다.
원래 정교는 니케아 공회에서 성삼위일체 논쟁을 벌이며 갈라져나간 로마 가톨릭과 다르게 예수와 성모 마리아의 신성성도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아무 형상이든지 만들지 말며 절하지 말고 섬기지 말라는 성서의 가르침을 글자 성화나 다른 치장들이 없었습니다. 일설에는 이는 오랜 세월 이 지역을 점령했던 이슬람의 영향도 있다고 합니다. 무슬림은 알라의 가르침으로 우상을 철저히 배격하므로 신의 형상 뿐 아니라 인간이나 동물의 형상도 허용하지 않았죠. 성화와 성물이 정교 교회 안에 들어오게 된 것은 834년 동로마 황제가 특별칙령으로 성화와 성물을 인정하면서부터입니다. 성화와 성물은 받아들였지만 그래도 서방가톨릭과 다르게 예수의 일생을 보고 제일 먼저 국교로 받아들이고 기독교의 원초적 신앙을 체화했던 지역 답게 성소를 소박하게 하고 화려한 치장을 배격했던 문화는 거의 그대로 전승되었던 듯합니다.
프레스코성화는 중세느낌이 나고 정면에 마주하는 커다란 존재감은 있지만 빈 공간은 그대로 두었습니다.
필요한 것 외 일체의 치장은 삼가한 느낌입니다.
성당의 내부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이 스베트치호벨리 말고도 조지아와 아르메니아의 교회에서는 별다른 입장료도 없었고 외부인의 발길도 막지 않았어요.
심지어는 예배 중에도 조심스럽긴 하지만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었구요.
예배시간에는 번화가 상점의 주인들처럼 호객(-_-;)하지만 자기들만의 예배시간이 끝나면 굳게 닫혀있는 우리나라의 교회들을 잠깐 생각했습니다.
관광객에게 성물을 팔다 주교님이 보이자 바로 문을 잠그고 달려가 축복을 받으시던 분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예배를 위해 별다른 좌석의 구분도 없이 모두가 똑같은 모습으로 서서 함께 예배를 드리고 촛불을 켜던 조지아 사람들.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이건 알 수 있어요.
조지아의 이 투박하고 깨진 벽돌의 성소엔 분명히 계십니다.
하지만 예수님, 한국으로 오실 때는 시간 맞춰서 교회 오셔야 해요.
가능한 한 가장 좋은 옷을 입으시고요.
조지아에서 먹은 첫 점심.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맛있는 점심식사였어요.
그런데 조지아 음식들이 아주 많이 짜답니다.
빵은 정말 맛있었어요. 샐러드도 아주 싱상하구요.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보르조미 국립공원으로 갔습니다.
사실 조지아에서 크게 기대하고 있던 곳 중 하나가 이곳이었는데 왜냐하면!
인간에게 불을 준 댓가로 제우스에게 끝나지 않는 형벌을 받는 프로메테우스가 바로 이 코카서스 보르조미 어딘가에 있었다고 하지요.
낮에는 독수리에게 산 채로 간을 뜯어먹히고 그 간은 밤에 다시 자라나 해가 뜨면 다시 뜯어먹히고- 이 무한의 형벌은 헤라클레스에게 구원을받을 때까지 지속됩니다.
그 프로메테우스가 갇혔던 곳이라니!!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와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다시 읽으며 기대에 부풀어 갔건만!
애걔...!
겨우... 고작... 세상에... ㅜㅜ
프로메테우스는 그저 가냘프고 아름다운 미청년일 뿐이었고, 한낱 '신의 피조물'에서 창조주의 의도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의지로 불안과 고통을 견디며 인간의 세상과 인간의 하늘(문화)를 창조케 한 인간의 진정한 신, 미약한 인간을 위해 기꺼이 죽음과 고통을 택함으로 인간이 비로소 신의 다른 피조물, 짐승들과 다르게 가지를 뻗게 한 그 불굴의 신의 얼굴은 아니었던 거죠.
너무나 곱고 다소곳하게, 금칠로 빛나는 불덩이를 응시하고 있는 이 청년.
- 이보게, 자네가 프로메테우스라고? 혹시 그의 사자는 아니었던가?
차라리 신들의 전령인 헤르메스였다면 받아들이기 쉬웠을 지도.
아 허무.... ㅜㅜ
보르조미는 깊이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신생독립국인 조지아의 가리지 못한 상처들을 확인할 뿐, 보르조미는 아름다운 숲속이었지만 조지아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여요.
보르조미가 유명한 곳은 또 하나, 이 천연 탄산수때문이라네요.
러시아의 짜르가 사랑한 미네랄농도가 높은 탄산수는 조지아 최고의 효자 수출품이랍니다.
아름다운 아가씨가 무료로 받아주는 보르조미탄산수는...음... 미지근하고 맛이 뭐랄까...음... 아주 익숙하지 않은 맛이었어요.
친절하고 잘생긴 우리 가이드 기가가 말하기를 몸에 아주 좋은 것이라고 아주 유명하다고 권하는데 한잔은 마셨지만.... 오래 살기는 글렀나봐요. 썩 입맛에 맞는 건 아니었습니다. T_T
일행들이 흩어져 숲을 산책하는 사이, 공원 벤치에 꼬질꼬질해진 몸을 쉽니다.
에혀.. 늙었어 나는 ㅜㅜ
새소리가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느릿느릿- 숨을 쉬는 시간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어떤 곳보다 마음이 깊게 흔들리며 천천히 숨을 쉴 수 있었던 조지아의 첫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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