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립중앙박물관의 여름 전시는 내 눈길을 끄는 것은 아니었다.
<서화전>을 보러 갔다가 그것만 보기 섭섭해서 마침 열리던 아라비아전을 보았다.
어렸을때부터 유독 설화에 푹빠졌고 특히나 서남아시아근동설화를 좋아했던 내게는 아라비아전이 꽤 재미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생각했으나 - 사실 내가 읽었던 고대설화와는 좀 거리가 있었다. 방점이 <아라비아>에 찍혔던 것.
실크로드를 오가며 헬레니즘문화의 영향을 받고 로마를 거쳐 근대 아랍문화의 흥망성쇠기까지 이르는데 아무래도 낯선 문화와 유물을 보는 것은 쉽지 않은 기회라 그건 참 좋았다.
<아가멤논> 황금가면을 연상케 하는 황금마스크.
너무나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
역시나 방학은 어린이들의 숙제로 정신없이 바쁜 시즌.
어휴..어휴...
일반인 관람객은 정말 쉽지 않다. 하지만 이때 아니고는 또 보기 어려운 지방민은 감수할 수 밖에 없.. ㅠㅠ
기원전 2-3세기에 조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리스어 명문이 있는 석비다.
이번 전시는 특히나 우리에게 낯선 아라비아 석비들의 현란한 아름다움과 아라비아문자들의 조형미를 제대로 맛볼수 있어서 좋았다.
유약바른 접시
왼쪽은 기원전 6세기 토기. 오른쪽은 기원전 천년기 채색토기이다.
연대대로 진행되던지, 아니면 특정 시대대로 전시되었으면 이해가 좀 편했을 것 같은데 어떤 기준으로 진열된 건지를 몰라서 시대가 왔다갔다 해서 왔다갔다 하며 보아야 하는 불편함. ㅜㅜ
섬세한 끝면 처리와 무늬가 돋보인다.
백만년에서 십만년 경의 돌찍개인데 표면이 아주 매끄러워서 흡사 석영인줄 알았다.
타루투섬에서 출토된 이 남성상은 기원전 3천년기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조각상이나 이집트 석상에서도 자주 보이는 형태로 친근하다.
이 지역의 교류가 고대부터 활발했던 듯.
전시의 주제가 어떠하였든, 내게 이 전시는 크게 세 개의 주제로 인상이 잡힌다.
1998년 아라비아 북동쪽 주바일 작은 마을인 타즈에서 발굴된 어린 소녀의 무덤에서 출토된 '타즈의 소녀'가 남긴 유물, 아름다운 아라비아문자가 조각된 묘비석과 석상들ㅡ 그리고 아름다운 아라비아장식들이다.
그 중에서 먼저 만나는 타즈의 소녀 유물
아마도 여섯살 어림으로 짐작되는 무덤의 주인공은 부장품의 종류나 수량으로 보건대 지체높거나 상당히 부유한 집안의 자녀로 짐작이 된다.
황금마스크와 장갑 이외에도 금,루비, 진주, 터키석으로 장식된 섬세한 목걸이와 귀걸이, 200여개가 넘는 금단추와 화려한 수입품들이 쏟아져나왔다. 세상을 떠난 어린자식에 대한 부모의 애틋한 사랑과 더불어 아낌없이 부장품으로 넣을 수 있는 집안의 지체와 문화의 흐름이 보여진다.
여기에 다 올리지 못하는 유물들, 섬세하기 그지없는 세공솜씨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거대한 석상들.
탄탄한 가슴 근육이나 무릎의 근육들을 보면 이들이 일찍부터 인체해부학에 뛰어난 조예가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조개를 잘라만든 팔찌. 안쪽은 부드럽게 연마하여 피부에 닿는 면적이 껄끄럽지 않게 처리하였다.
기원전 1천년기의 유물이라는 이 사발은 아름다운 장식뿐 아니라 밑으로부터 위로 올라오는 부드러운 나팔꽃 형태라 특히 더 눈길이 갔다.
기본적인 생존을 위한 의식주를 해결하고 난 후에 인류는 잉여노동력을 이용하여 예술에 눈을 뜨게 된다.
보기에 좀 더 예쁜 도구들과 쓰기에 편리한 일상용품을 만들어내며 공동체의 염원과 개인의 소망을 그 도구들에 투사하여 만들어낸다. 일일이 손으로 그려넣었을 문양들을 보며 이 그릇을 만든 그 장인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가 만들어낸 접시 하나, 컵 하나를 보며 한끼의 식사로 돌아올 댓가를 생각했을까. 가족이 사용하고 남은 것을 시장에 내다 팔아 풍족한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평민이었을까, 아니면 당장 내일의 안녕을 기약할 수 없는 노예였을까.
유리장 너머로 보이는 그릇들은 다만 고요하고 아름다운 세월의 더께를 입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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