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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소금눈물의 그림편지

<규방가사> 임서령전. 대전예술가의 집

by 소금눈물 2016. 9. 19.

 

 

시험 끝나고 이공갤러리부터 시작해서 시내 갤러리 다 두리번거리다 <대전예술가의 집>까지 이르렀다.

코앞에 두고도 전시 스케쥴만 적어놓고 보지도 못했는데 맘 먹고 둘러보다 만난 호사!

 

한숨이 나올만큼 아름답다.

한지와 비단을 캔버스로 해서 그린 한국채색화의 이 담담한 아름다움의 깊이!  석채는 석채대로 화려한 아름다움이 있고 옅은 미색의 여백을 크게 두고 가장자리에 점점이 피어난 나팔꽃과 봉숭아! 아!

우리 옛 그림 중에서 비단에 그려진 불화나 조선시대 초상화는 배채법으로 그려졌는데 얇은 비단의 뒷면에 먼저 밑그림을 채색하고 그 색감이 배어나오는 앞면에서 다시 그려 앞뒤가 완벽하게 맞추어졌다. 우리가 지금 만나는 아름다운 채색화들, 어진들이 이렇게 그려진 그림들이다. 임서령의 채색화는 바로 그 배채법으로 그려졌는데 캔버스 앞면에 바로 그리는 채색화들과 달리 은은하면서도 섬세하고 세월이 흘러도 그 색감이 변치 않는다.

 

화폭의 대부분을 여백으로 두어 시선을 크게 끌고 가면서도 한발 물러서 한가롭게 바라보는  방 밖의 자연이 마음으로 다가오는 것이 우리 고건축의 차경기법을 느낀다.  손을 대어 비단화폭의 꽃잎을 어루만져 보고 싶어서 저절로 손이 가다 허공에서 멈춘다.

 

비단폭에 옅은 농담으로 펼쳐진 채색화의 아름다움은 백지혜작가의 작품으로도 가슴에 담았는데 임서령작가의 그림은 또 다른 감동과 아름다움을 준다.  캔버스 틀 자체가 규방 안에서 뜰을 내다보는 구도로 되어있는 작품들은 넓고 틘 하늘과 중정을 가로지르는 바람이 그대로 잡힐 만큼 담담하고 넉넉하면서도 푸근한 안정감을 준다.

 

그림이 너무 좋아서 한참이나 갤러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맴돌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만나는 것은 정말 큰 복이다. 자주 누릴 수 없으니 안타깝고 섭섭하다.

 

임작가님, 도록 좀 꼭 내주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