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날 간 <이응노미술관>
시립미술관을 그리 들락거려도 바로 옆에 있는 이응노미술관은 처음이다.
연휴 뒤끝인지, 나들이나온 가족들이 많아서 밖은 몹시 번잡한데 미술관은 그야말로 <유유자적>.
아름다운 미술관의 모습과 소장품들이 참 좋았다. 이제서야 와보다니!!
미술관에서 제일 머저 내 마음에 들어온 그림.
간송의 지난 전시 <매난국죽>의 잔상이 아직 크게 남아서인지 머릿속으로 내가 좋아했던 묵죽도들과 비교해볼 있어서 더 좋았다.
이때부터 벌써 군상연작들이 얼핏 보인다.
줄기를 보면 분명 대나무인데 댓잎들을 꼼꼼히 들여다보자면, 바람에 휘날리는 풍죽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인간의 군무 같은 느낌이 든다.
대숲에 들어와있는데도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듯한.
고암선생이 프랑스의 벽지브랜드 노빌리스社의 의뢰를 받고 디자인한 연꽃디자인 연작. 그림이 정말 멋드러진다. 내 취향엔 아래쪽 가운데 그림이 참 마음에 든다. 이런 벽지라니...우와...!
포토존.
연꽃 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 컬러링 북을 준다더니, 생각보다 컬러링북은...아주 많이 조촐해서 ^^;;; 하기야 간송은 엽서 한 장이었다.
우리 건축용어로 <차경>이라 했다.
건축을 건축 단독의 형태로 미를 발휘하는게 아니라, 건축 밖의 풍경과 자연을 건축 안으로 끌어들여 자연을 품는 정서.
<이응노미술관>에서 선조들의 차경을 생각한다.
이 두 작품이 이응노미술관에서 가장 중요한 두 보물이라고 한다.
전서의 양식을 빌은 <주역>형상. 팡팡횽이 그려보여준 主와 注의 글자가 생각나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두 사람을 빗대 세운 모양의 比를 전서체로 보니 새삼 그 글자의 뜻이 보인다.
소리글자인 한글과 달리, 상형과 형성문자인 한자는 그 글자를 들여다보고 곱씹어야 글자의 정신을 새길 수 있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 그 문화와 정신을 생각하고 새긴다는 것을 중국어를 배우면서 다시 깨닫는다.
서로 다른 소재를 이용하여 만든 오브제 작품 <壽>
작품도 작품이려니와, 창문역할을 하는 나무파티션이 바로 내비치는 햇살을 차단하면서 은근한 창호지의 느낌이 나게 한다.
이 미술관의 설계자가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바로 이 분이란다.
한옥의 정신을 건축으로 구현했다는 로랑 보두엥의 작품.
건축물 안에 들어서면 보이지 않지만, 미술관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까 그 壽의 글자를 형상화 한 것이라 한다.
풍성한 작품 수도 작품 수이지만, 작품들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인해 그 아름다움을 더 감동으로 느끼게 한 이응노미술관.
그러나...
쓴 소리 좀 하자.
여유있는 시간을 두고 굳이 도슨트 해설을 맞춰가는 것은 우리가 피상적으로 아는 전시작품들에 대한 정보 말고도 작품이나 작가에 대해 일반 관람객이 알지 못하는 작품의 이면들과 작품세계를 엿듣고자 함이다.
벽에 붙은 작품설계를 그대로 외고 말해주는 도슨트. 얇지않은 인쇄물을 손에 쥐고 계속 작품을을 가리거나 직접 닿게 하면서도 그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그대로 설명을 진행하는 모습에 작품이 상할까봐 계속 조마조마했다.
일반관람객들도 작품에 손상이 갈까봐 주의해가면서 거리를 두고 보는데, 직접적으로 작품에 인쇄뭉치를 스치거나 닿게 하고 설명하면서도 그림과의 거리를 생각하지 못하고 모여있는 관람객들에게 작품이 보이지 않게 가려가며 설명하는 모습은...이 분 아마도 처음 도슨트 진행을 맡으신 분이 아닐까 싶었다.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다른 분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다음에 미술관을 가게 되면 다른 도슨트에게 설명을 듣는 것이 마음이 훨씬 편할 것 같다.
미술관을 보고 나서 둘러본 수목원.
수목원도 처음이다 =_=
겨울이라 스산할 거라 생각했는데 나들이 가족들도 많이 보이고 한가하게 겨울오후를 즐기면서 돌아보는 맛도 나름 좋았다.
겨울옷을 입고 잠이 든 이 꽃들이 피어나는 계절에 다시 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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