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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밑줄긋기

그림속에 노닐다 -2

by 소금눈물 2013. 5. 6.

 

 

정조대왕이 쓴 <임지로 떠나는 철옹부사에게>

 

* 정조어필

 

정조대왕은 글씨 쓰기를 좋아하여 두 살 때 이미 글자 모양을 만들었고, 서너 살 때는 필획을 이루어 날마다 그것으로 장난을 삼았다고 한다. 심지어 여섯 살 때 쓴 글씨로 병풍을 만들었다 전하는 사람도 있으니, 어려서부터 글씨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몇몇 유존작과 기록에 의하면 할아버지 영조와 아버지 사도세자, 그리고 어머니 혜경궁 홍씨 역시 모두 글씨에 뛰어났다. 정조는 이렇게 타고난 천품 위에 꾸준한 노력을 더하여 서에에 일가(一家)를 이룰 수 있었다. 왕은 본래 졸박무교(拙樸無巧 소박해서 기교가 없는 듯함)한 예술적 취향을 지녔으며 글씨는 단정하고 바른 것을 좋아하였다. 특히 중국 당(唐)나라의 충신인 안진경(顔眞卿)의 글씨를 각별히 선호하였는데, 전시된 정조의 어필(御筆)에는 이 안진경체 특유의 웅건장중(雄健壯重)한 기상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또한 대학자로서의 교양이 저변에 깔려 있는 점도 놓칠 수 없다.

 

 

p. 119-120

 

졸박무교하여 웅건장중하다....

책에 코를 박고 들여다보다..

 

 

이필중 묘갈 (李必重墓碣) 부분

조현명이 짓고 조윤형이 쓴 글씨.

 

 

정조가 특히 좋아했던 서예가 조윤형, 예림(藝林)의 총수 강세황, 여든의 고령에 지지대비(遲遲臺碑)를 쓴 윤사국 등의 빼어난 글씨를 통해 이 시대의 품격 높은 문화를 만끽할 수 있다.

 

p.121-123

 

 

까막눈의 글씨에도 참 단정하고 좋은 글씨다.. 싶어 눈을 부릅뜨고 한 자 한 자 더듬어 읽으려다보니, <보보경심>의 루씨가 번체자로 된 옛날 책을 읽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무엇무엇....(什么,什么 ~~) 웅얼거린 마음을 알 듯 하다. 간체자로 된 글이라도 알아보기 버겁거늘, 하물며 번체자 비문에 일러서야 ㅠㅠ

 

글씨라는 것은 내가 써 보면 내 글꼴의 주제를 알기 마련이니, 시덥잖은 중국어를 노트에 끄적거려 보면 개발괴발 내 글씨꼴에 낙담하여 부끄럽기 그지없더니...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한숨만 쉬며 바라볼 뿐이다. ㅠㅠ

 

현륭원을 떠나는 곳에서 차마 아버지의 유택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말을 머뭇거려 지지대가 된 곳에, 그가 그토록 아끼는 명필의 붓으로 지지대비를 쓰게 한 그 마음이 또 저린다.

 

그나저나, 마르고 닳도록 칭송하고 찬양하기에도 마냥 부족한 우리 정조대왕님, 새 종이가 아까워 쓴 종이를 다시 풀어 재생지로 쓰고 거기에 불편한 몽당붓으로 편지를 써 그 좋은 글씨가 삐뚤빼뚤한 사신(私信)을 보내셨다니 그 귀한 마음을 받는 이가 그 뜻을 알았을까..

 

 

오주석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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