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키요에 전(展)이 열린다는 뉴스만 들으면 언제든 꼭 한번 가 보리라 마음 먹으면서 아직 이제껏 한번도 못 보았다.
미술사에서 가끔씩 맛뵈기로 보는 가쓰사카 호쿠사이나 기타가와 우타마로의 그림들로서는 영 성에 안 찼다.
대담하면서도 깔끔한 필선, 더할나위없이 섬세하면서도 과감하고 익살스럽고 그러다 쓸쓸한 우수까지 느껴지는 우키요에. 이렇게 책으로라도 접하니 갈증이 좀 속여진다.
한,중,일 삼국은 지근거리에서 같은 한자문화권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경쟁하고 서로 도우면서 역사를 흘러왔는데 회화분야에서는 정말 다른 어떤 예술보다도 그 나라의 국민성과 정서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우키요에를 보다보면 부러운 것 중 하나가 전래의 문화, 그 정서를 후대에서 단절시키지 않고 기꺼이 이어받고 발전시키며 문화의 풍성한 바탕으로 만드는 일본의 힘이다. 하기야 외세에 나라와 말을 잃고 몇십 년을 강제로 문화와 역사를 단절당하고 왜곡당하며 살아야 했으니 제 나라의 의복이나 음악, 미술, 다른 문화까지 모두 왜곡당하고 소멸당하며 지키지 못한 우리나라의 처지에서는 생활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유지되는 일본의 전통문화가 부럽기만 할 밖에.
도깨비나 발 없는 유령의 형상 등, 우리 기억속에 떠오르는 전설들이 일본문화에서 건너온 잔재라는 말 앞에서는 할 말을 잃는다. 그러기에 역사의 단절과 왜곡은 이렇게나 무섭고 강력한 힘이구나 싶어지는게.
우선은 우케요에의 소개 정도로만 접한다.
시대를 넘어 흐르는 미술사를 통해 그들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었고.
괴기스런 그림들을 보다보니 문득 그런데 왜 한국화에는 유령그림이 없을까 궁금해졌다. 민족성의 어떤 차이인가? 설화나 전래동화에는 어떤 나라도 부럽지 않을 풍성한 비극과 괴기담이 있는데 왜 그림에선 찾을 수가 없지?
일본의 그림 중에는 이렇게 미적인 수준도 상당한 그림들이 많은데.
그들은 의식 어떤 어두운 면에 아주 강박적으로 파고드는 게 있는 것 같다.
참 아름답고 섬세하구나..감탄하며 책장을 넘기다보면 또 어느 구석에선가 인간의 어두운 욕망과 의식을 진저리쳐질만큼 집요하게 파고들어 비트는 그들의 어두움이 잡혀 마음이 불편하고 두렵기도 하다.
본격적으로 우키요에 화집을 갖고 싶어졌다.
뒤져볼까? -_-a
제목 : 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
지은이 : 이연식
펴낸 곳: 아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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