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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낡은 서고

채털리 부인의 연인

by 소금눈물 2011. 11. 28.

 

01/17/2011 03:30 pm공개조회수 5 0

지금보니 참 재미도 없다 싶은데 그 때는 왜 그렇게 충격적이고 심란했는지.
하긴 초등학생이 읽기엔 아직도 좀 과하다 싶긴 하지만 ^^;
서로의 성기에 애칭을 붙여놓고 안부인사를 전하는 표현은 나중에 한국의 다른 소설에서도 보았지만 역시 시작은 이 책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오자마자 그 근엄한 영국사회를 뒤흔들고 음란물로 고발당해 재판까지 갔다는게 이해가 되기도 한다.

물론 성적인 표현들은 지금 보면 너무나 고답적이고 은근해서 시시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지만. (요즘 인터넷을 점령한 소설들을 보면 정말 읽기가 민망하다.- 인터넷에 소설을 쓰고 있는 나도 이러니 참...)

삼십여 년이 흘러 다시 이 책을 읽어보자니 그때 내 머리속에 선명하게 남은 장면들이 다시 그 대목에서 같은감정으로 따라 읽게 된다. 참 신기하다. 마흔 넘어 읽는 느낌을그 어린 꼬꼬마가 모두 납득을 했단 말이지. 진짜 어지간히 조숙하긴 했나보다 ^^;

다만... 지금 진지하게 다시 읽다보니 이 책이 단순히 억압된 육체의 고답적 관계에서 벗어나 진실한 영혼의 교류를 나누는 그런 애정소설일 뿐만이 아니라는 걸 알겠다.
1차대전을 치러낸 유럽에서 그 시대를 유지하고 있던 근대사회의 기반인 신분제가 흔들리고 산업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는 와중에서 상대적 상실감에 휩싸인 부르주아계급이대두하는 사회주의와 노동자계급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말한 소설이다.

하체가 불구가 되어 (인체를 지탱하고 걸어가게 하는 두 다리와 2세를 만들 수 없는 생식기의 불구! 현재와 미래가 단절된 몸, 혹은 그 계급) 휠체어와 다른 이의 동력에 의지해서 살면서 입만 살아남은 예술가 동료들과 영양가없는 우아한 논쟁으로 소일하는 클리파드는 유산계급의 불안과 허위를 상징한다. 그에 맞서는 산지기 멜러즈는 건강하고 강인한 몸과 이성을 가진 새 세대를 말하고. 클리퍼드의 안전하고 우아한 부인에서 산지기의 연인이 되기를 기꺼이 선택하는 채털리부인이 가진 아기는 결국은 그 미래는 결국 그들이 그토록 두려워하고 혐오하던 노동자, 혹은 산업사회의 몫이 될 거라는 암시였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들의 앞날은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도 완고한 그 사회의 규칙과 그 규칙만큼이나 완고하고 무서운 사회의 곱지않은 평가와 비난은 그들이 마냥 행복한 봄날을 맞이하리라고는 예측하지 않는다. 그러나 두 연인은 분명히 당당하게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기꺼이 감당하며 살아낼 것이다.

닳고닳은 속물인지라 나는 그들의 선택에 대해, 그렇게 그들은 행복하게 자알~ 살았습니다.- 그렇게 짐작되지만은 않지만.

세기가 바뀐 지금에서 읽다보니 생각보다 꽤 지루하고 재미없는 논쟁이 늘어져서 신선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채털리부인의 선택에 대해선 공감이 간다.
데카메론도다시 읽어볼까나.. 흠.. -_-a


제목 : 채털리부인의 연인
지은이 : D.H. 로렌스
옮긴이 : 이은경
펴낸 곳 : 현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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