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딘스키>를 내세웠지만 내겐 일리야 레핀의 그림을 직접 볼 수 있다는 흥분으로 더 기대했던 전시회다.
아 왜 이 그림들을 볼 수 없었을까, 감동으로 가슴이 아직도 벌렁거린다.
익숙했던 유럽의 그림들과는 아주 다른 묵직하고 처연하고 뜨거운 감동이었다.
화폭 속의 인물들의 맨발은 벗겨지고 피가 터진 채로 눈밭에 서 있지만 그 눈빛은 무섭도록 형형하고 살아 있다.
혁명의 불길이 솟는 19세기- 20세기, 격동의 러시아, 고통받는 민중의 처절한 모습과 그들을 뜨거운 애정의 눈으로 바라보았던 화가들이 거기 그대로 살아 있다. 아름다운 조국 러시아 대지에 보내는 찬사는 사진처럼 또렷하고 아름답고, 거기 깃들어 사는 사람들은 당당하고 숭고하다. 그림을 보면서 그 시대 문학작품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문학과 미술은 행복하게 함께 만나지만 시대는 그렇게 캄캄하고 무겁다.
내가 기다리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는 내가 보았던 그림은 아니다. 같은 주제와 꼭 같은 포즈지만 주인공이 아버지에서 여대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실망은 이르다. 유형지에서 돌아온, 젊은 여인의 형형한 기운, 그리고 그의 귀가가 반가움보다는 공포와 경계로 다가오는 가족들의 당혹감이 그대로 배어난다. 이 그림이 생각만큼 큰 작품이 아니었다는데 다시 놀랐다.
하지만 이 어긋남 말고는 정말 좋았다. 한 점, 한 점이 내 발길을 묶고 쉽게 놓아주질 않았다.
하지만 칸딘스키의 그림을 볼 즈음에선 허리가 너무 아파서 더 전시장을 돌 힘이 없었다. 이놈의 고물 몸뚱이. -_ㅠ
정말 정말 좋았던, 다시 꼭 가 보고 싶은 전시회.
쉽게 접하지 못하는 러시아 회화의 힘을 이제서 조금 안 것 같다.
- 하지만 도록, 너무했다!!
20000원씩이나 받으면서 왜 화질이 이따위인거야~! 그림의 감동이 다 날아갔다. 인쇄상태가 너무 진하거나 색을 바꾸어서 원화의 감동을 찾아볼 수가 없다. 젠장~!!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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