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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소금눈물의 그림편지

<매그넘 사진전>

by 소금눈물 2011.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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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부터 기다리던 전시회다.
한겨레 신문 창간 스무돌 기념으로 기획된 매그넘 사진전.
매그넘. 그 이름이 어떤 이름인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로버트 카파.. 사진의 역사에서 가장 빛나고 영광스러운 그 정점에 있는 이들이다.
지구상의 냉전 현장에서 그들은 목숨을 바쳐가며 (카파) 그 현장을 기록했고 그들의 렌즈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은 또다른 시선으로 우리를 잡았다. 우리는 그들에게 기록되었다. 그 기록은 지구의 잔인하고 냉정한 얼굴이면서 이미지예술의 정점이 되기도 했다.

그 매그넘의 작가들이 한국에 모여 1년간 한국사회와 자연을 돌아보면서 한국에 대해 기록을 했다.
자연과 문화, 따뜻함과 열정, 또는 쓸쓸함이 겹치는 우리의 얼굴들은 우리에겐 너무나 낯익은 일상이어서 그 시선 자체가 생경스럽기도 하고 (붕어빵), 새벽바다를 가로지르는 힘찬 어부의 팔뚝에서 이 땅에서 살아내는 우리의 뿌리를 보기도 한다.

인상적이고 독특한 사진도 많았다.
그림 전시회는 자주 다니지만 상대적으로 사진전시는 잘 가지 않는 편인데  회화와 접점을 만드는 사진예술의 아름다움을 보기도 했고 회화보다 확실히 더 선명하게 다가드는 이미지의 화살에서 사진예술만의 독특한 힘도 느낀다.
무표정한 소녀들의 시선, 차갑고 굳은 그 표정들은 이미 내일이 그들에게 그다지 따뜻하거나 만만하지 않다는 현실을 일찌감치 깨달아버린 냉정한 침묵의 저항 같아 보인다.
소녀처럼 맑고 따뜻한 수녀들의 해맑은 웃음, 수련중인 승려들의 모습, 결혼식 사진에서 그들 모두 스스로가 주인공인 듯 눈빛을 빛내는 인물들에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아 배우 문소리의 얼굴도 참 좋았다.
단순한 구도, 붉은 화면 속에서 빛나는 그녀는 역시나 우리가 사랑한 그녀의 명민하고 뚜렷한 내면의 모습이 도드라져 보이면서 한 배우이기보다는 당찬 이 땅의 삼십 대의 여성의 얼굴로 다가온다.

작가들은 그들이 추구했던 개인적인 작업세계의 연장에서 한국을 바라보기도 하고 또 공동작업으로 주제를 나누어 한국을 읽게도 한다.

전시된 사진의 양도 무척 많았고 사진의 시선도 아주 독특해서 사진에 문외한인 내게도 역시 대단하구나 하는 찬탄을 여러번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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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

전시회에서  본 이 사진은 나를 울렸다.
숭례문이 불타기 전, 여러각도로 찍힌 숭례문의 모습은 화재를 생각도 못했던 작가의 담담하고 쓸쓸한 시선 속에서 마치 예언처럼 슬프고 쓸쓸하게 다가온다.
아 저 것이, 저렇게 무너지고 말았구나... 우리는 저것을 잃은 것이었구나...
아름다운 지붕의 기와와 든든한 어깨선의 숭례문이 그리 속절없이 화염속에서 무너져내릴 줄 어찌 알았던가.
참담하고 괴로와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우리는 얼마나 끔찍한 곳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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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구독자들에게 티켓이 갔다는데 지방이라선지 나는 받지 못했다.
5월 *esc(한겨레 신문 목요일 별지)*에서 준 할인티켓을 썼다.
마침 1층에서 어린이들이 반가워할만한 전시가 있었는지 미술관이 젊은 부모와 아기들로  붐볐다.
폭염경보가 내린 날, 후텁지근한 지열이 뜨끈뜨끈했지만 전시는 무척 좋았다.
기대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