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깊은 산 속은 가을이 일찍 들었다.
명부전 앞뜰에 여름내 이른 구절초가 피었더니 오늘서는 지고 말았다.
바람에 흔들리다 그예 꺾이는 꽃고개를 에미는 어쩌지 못했다.
내 아들 고운 얼굴 같아 무릎을 꺾고 속울음을 했구나.
바라보는 하늘다리도 가깝고 물소리도 귀가 깊은 산 속,
삼복 염천에도 서리가 맺히던 에미 가슴이 또 시려온다.
젖은 이불깃 밀치고 영창을 닫으려다 하늘을 보니
어쩌자고 달무리 저리 짙은고,
내 아들 가 있는 곳이라 그런가,
늙은 에미 그려 내려다보는 달빛이라 그러한가...
아가...
윤아..
영영 흐를것 같지 않더니, 내 아들 볼 날이 오지 않을 것만 같더니
세월은 흐르고 흘러 너 가고 그예 한 해가 다시 돌았다.
무심하다 하늘의 명이여
꽃 같고 은 같던 내 아들 창졸간에 가슴에 산으로 묻고
늙은 에미 무슨 날을 바라 부질없이 길을 늘이는고.
꽃은 나고 져 바람에 흩어지면 그 인연이 다 하니
억울하고 서럽기는 다만 사람의 마음
휘젓는 손은 공중에 비껴가 이 울음이 네게 닿지 못하고
에미의 심중에 나날이 새로 박히는 대못이 되고 말 뿐이라
윤아... 내 아들아
너 간 곳은 어떠하냐
에미 두고 간 그 하늘가는 어떠하냐
이 구절초 거기도 시시로 피었다 시드느냐
저 별들 거기에도 떠 새벽마다 울음으로 어깨를 떨더냐
홀로 남겨진 에미, 이 아픈 기원 네게 닿느냐
너 있는 곳에 아득히 높은 어느 이 있어
이 기막힌 소원을 부르라시면
아침이 오기 전에 그저 눈 감고, 영영 감고
허위허위 내 아들 찾아갈 뿐이라
모질고 기막힌 이 살이의 아침이 다시 오지 않음이라
밤을 타는 벌레소리 시리도록 아픈 산사의 밤
돌아누워 너를 부르다 어미 가슴을 찢는다
아들아..
내 아들 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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