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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길에 서서

제주여행 17- 난타

by 소금눈물 2011. 11. 13.

09/04/2010 11:16 am공개조회수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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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기만 했습니다.
엄청나게 몰아치는 폭우속을 인적이 드문 외진도로를 갑니다. 오가는 차도 보이지 않고 거센 바람속에 오래된 나무들이 휘청거리는 걸 보니 저절로 오금이 저리고 어깨가 좁아듭니다.
어쩌다 지나가는 버스만 보아도 반갑고 눈물이 날 것 같네요.
제대로 태풍의 한 중간에 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찌어찌 드디어 공연장에 도착했습니다.
보고는 싶었지만 티켓가격이 비싸서 포기했던 난타.
아름답고 총명하고 레알 훌륭하신 친구님이 거금을 투척하셨습니다.

섶구슬님 만쉐!!
앞으로 백만 년 복을 다 받으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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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기대보다 정말정말정말 좋았습니다.
그냥 타악기 공연이겠거니.. 그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공연인줄은 몰랐네요.
어찌나 배를 잡고 웃었던지 숨이 깔딱깔딱 넘어가다 눈물을 흘리고.
과연 헛소문이 아니었습니다.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대사가 없이 몸짓과 연주만으로도 이렇게 함께 공감을 하며 즐길 수 있는 정말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아 정말 얼마나 웃었는지.
못 봤으면 어쩔 뻔 했어요?
그 힘든 길을 뚫고 마음 졸이며 온 보람이 백만 배는 나는 밤이었습니다.
정말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던 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아직도 이 밤의 추억이 다시 생각납니다.
이 여행 중 가장 행복한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그리고 오는 길은...
오와....

정말 평생 할 기도를 다 한 것 같습니다.
윈도우 브러쉬가 보이지 않게 시야를 완전히 가린 빗줄기, 거센 폭우에 가로수들은 미친듯이 흔들리고 거리의 간판이 날아다닙니다.
제주 섬을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오는 내내 운전대를 잡은 사람이나 옆에 탄 사람이나 사색이 되어서 제발 무사히만 돌아가자고 내내 얼어서 얼굴이 굳어있습니다.

바람이 휙 지나가면서 차는 기우뚱;; 옆은낭떠러지 표지판.
오가는 차의 불빛 하나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 어쩌자고 가로등도 없는 산길.
으와...

시속 30km의 속도로 엉금엉금 기는데도 빗물이 쏟아지는 창밖을 보면 아우토반을 안대를 쓰고 달리는 기분입니다.

시야가 전혀 보이지 않아 하마터면 숙소를 지나칠 뻔 했습니다.
해비치 해변에 도착했구나.. 안심하려...고 하는 순간 휘딱 날아가는 간판, 미친듯이 흔들리는 가로수들. 으와!!!!! ㅠㅠㅠㅠ

심장무게가 아마 절반은 줄어들었을 거예요.
숙소 현관에 도착했다 싶은 순간, 이건 뭐 비가 아니라 드럼통 통째로 들이붓습니다.
겨우겨우 들고 있던 우산이 훌러덩 넘어가더니 사정없이 휴지처럼 꺾여버립니다.
봉하에서 사 온 내 우산!!!! 얼마나 아껴아껴 쓰던 건데 ㅠㅠㅠㅠ

승용차 문이 벌컥 열리더니 확 꺾여버릴 것 처럼 후딱 넘어가는데 이뤈!!!!!!!!!!
렌트카인데!!!!!!!!!!!

가까스로 빠져나오는 사이에 온 몸이 폭삭 젖어버렸습니다.
차에서 내려 현관으로 뛰어들어오는 그 짧은 순간에 물에 폭삭 젖은 생쥐꼴이 되어 덜덜덜 떨고 있습니다.

살면서 그런 무지막지한 물폭탄은 처음 맞습니다.
태풍이 정말 무섭긴 무섭군요.

착하게 살아야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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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마지막 밤이 되었습니다.
4박 5일을 뭐하고 보내나 했는데 지나고보니 너무나 짧고 아쉽기만 합니다.

첫날 제주별장부터 아름다운 협재 해변, 섭지코지의 수난, 우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송악산 앞 바다의 푸른 물결... 구비구비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이 가슴에 오롯이 남았습니다.

마지막 밤을 추억하며 다들 표정이 아쉬움으로 가득하네요.
이 친구들과 언제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여행을 다시 할 수가 있을까요?

햇볕에 빨갛게 타서 고생도 하고 치통도 독하게 앓고 마음 먹었던 곳을 다 돌아보지 못해 서운한 것도 있지만 정말 정말 행복했습니다.
어느덧 밤이 깊어갑니다.

창밖에는 미친듯이 비바람이 불고 있지만 마음은 너무나 행복하기만 합니다.
벌써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내일 비행기가 제대로 떠 주긴 할까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