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가까운 동학사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비 온다는 예보를 들었는데 일기예보는 언제나 일기예보스럽지요.
좀 흐리긴 하더군요.


아침 일찍 나서서 근처에서 콩나물 해장국으로 아침을 때우고 나선 길입니다.
동학사는 사철 언제나 번잡한데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고적합니다.
예년 같으면 단풍이 물들텐데 여름이 길기도 하고 가물기도 하고- 암튼 우중충하더군요.

동학사 일주문입니다.

단청이 이뻐서 한참 올려다보았습니다.
평방의 문양을 보니 공이 참 많이 들어갔네요.

햇살이 좋았으면 아마도 이른 시간이라도 몹시 번잡했겠지요?
흐린 날은 흐린 날대로 이렇게 조용하니 참 좋습니다.
하기야 동학사를 그리 다녀도 가장 좋았던 기억은 가랑비오는 가을날이었던 갔네요.
친구와 둘이 간 그 가을날.
가랑비가 오락가락하는 그 숲길에서 말없이 내내 타박타박 걷던 그 추억이 참 좋았습니다.

젊음도 지나고 이젠 회오리치는 애증도 내 삶에 남아있지 않겠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건너야 되고 견뎌야 하는 일은 여전이 참 많습니다.
아마도 영 그릇이 되지 못하는 못난 인간이라 그러겠지요.



숲도 고요하고 마음도 고요하고...





지난번과는 달리 무엇을 배우겠다, 담겠다 하는 생각도 없이 그저 휘적휘적 찾아온 길이다보니
마음이 오히려 편해지는군요.
산 절로 물 절로, 그리고 나도 절로.
담장에 붙은 담쟁이처럼 그렇게 말라가며 익어가며.



미타암 문창살이 참 정갈합니다.


걷다 문득 돌아보았을 때...
이렇게 아름다운 뒷모습이 있었던 줄을, 쉬어 돌아보지 않으면 몰랐겠지요.
그렇게 놓친 것들이 내 인생에서 얼마나 많았을까요.




동학사는 다른 절과 달리 유학의 그림자가 아주 강한 절집입니다.
려말 삼은, 선초 사육, 생육신을 기리고 있는 절이지요.

대웅전은 크지는 않지만 참 아담하고 예쁘지요?
정성껏 단장한 전각입니다.


사군자를 새겨넣은 대웅전의 문살 좀 보세요.



단청이나 별지화도 참 곱습니다.
평방의 귀면과 용이 다투지 않고 서로 사이좋게 붙어서 각기 다른 방향을 보며 사위스런 침입자를 경계하고 있군요.


날씨가 내내 이 모양이니 올해 단풍이 곱기는 틀렸군요.
그래도 가을은 참 좋습니다.

바람결에 따라오는 독경소리에 숲속의 새들도 귀를 기울이고

단풍도 제 마음을 물들이고 있는 아침.
가을은 참 좋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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