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룹명/길에 서서

내소사

by 소금눈물 2011. 11. 13.

07/25/2006 09:34 am공개조회수 0 4




부안 내소사입니다.
다모에서는 옥이 어머니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금촌 보현사로 설정되어 있지요.
우리 나으리와는 인연이 아닌 고로 이번 답사는 제겐 처음입니다.



전에 분명 다녀간 기억이 있는데 어쩐지 내소사 앞길만 눈에 익습니다.



아하 장금이 언니네가 여기에 다녀갔군요.
생각납니다. 저 장면.
가을날 햇살이 참 따사롭고 아름다웠던 모습이예요.
민종사관은 일은 뒷전으로 맨날 나인 치닥거리만 하러 담박질하러 다니시는데도 쑥쑥 잘도 승차하고 나름대로 알콩달콩도 많고 감히 왕께서 총애하는 궁녀도 자기사람으로 만들었는데 우리 나으리는 무관종사관이라 그러셨나 다모계집 하나 곁에 두기 어려우셔서 ㅠㅠ



허나.. 시절이 흐르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면 그것도 다만 쓸쓸한 옛이야기의 한토막.
이름자 하나 사서(史書)에 남김으로 위로받을 일일까...




잔뜩 흐린 하늘이 절지붕 끝자락에서 무겁습니다.
에유~ 지붕구신 소금눈물 ㅜ.ㅜ;;;






어쩐지 마음이 가라앉지 못하고 붕붕 떠서 그냥 휘휘 둘러만 보게 되는 내소사.
역시 소인은 다모폐인이 아니고 윤폐인이오 ㅡ.ㅡ;;



산채에 잠입했다가 잘못 가져온 정보로 충신 훈련대장을 자진케 하고 그 책임을 물어 좌포도대장과 좌포청 종사관은 사형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를 위해 평생을 살아온 다모 장채옥. 그의 장도를 위해 목숨을 걸고 고육지계를 쓴 것이 오히려 그를 이런 지경에 빠뜨렸군요.
채옥은 사건의 전말을 직접 고하고자 월담을 합니다.
궁안의 누구가 역모세력인지를 알 수 없는 위급한 사태.
독대를 하려면 월궁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데...
자포자기로 중얼거린 부장포교 원해의 말을 고대로 받아들인 다모는 목숨을 걸고 담을 넘었다가 역시나 천하고수인 임금의 호위무사들에게 어육이 되었습니다.
숨이 넘어가면서 고한 사건의 전말을 들은 임금은 비밀리에 포장영감과 종사관을 풀어주고 사건을 해결하라 지시를 하지요.
결국 채옥은 기경팔맥을 난자당하고 어의도 손을 못쓰는 반주검이 되어버렸습니다.
죽음 직전에 풀려난 종사관은 이 사실을 알고 포청을 이탈하여 그 몸을 안고 두사람이 함께 자란 관음사 수월대사께 달려가지요.

천령개...
죽여야 산다는데...
사랑한다는 말도 아직 하지 못했고, 그녀를 위해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자책으로 무너지는 종사관...



그 밤은... 종사관에겐 죽음과 삶을 오가는 지옥이었지만, 그렇게 깨어난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더한 고통이었지요.
생각조차 끔찍해서 기억하기가 싫습니다. -_-;;
옥이 나쁜 지지배...ㅠㅠ



혼몽중에 제가 한 말이 무엇이었는지도 모르는 채옥이.
깨어난 그녀를 보지 않고 다시 서둘러 왕명을 받들러 서울로 간 나으리.
몸을 채 추스리지도 못한 그녀에게 스승인 수월대사의 끔찍한 말씀이 내립니다.
아이를 가질 수도 없는 몸이 되었다....

설마 꿈에라도 그 사람의 옆자리가 자기 것이 되리라고 바랄 수가 있었겠습니까.
그 사람은 좌포장의 신임을 받는 이.
자신은 역모죄를 지은 이의 딸로 대대로 관비가 될 수 밖에 없는 천한 몸.
그 분이 나를 어찌 보시는지 절대로 나는 알지 못하고 들은 적도 없다 수없이 돌이질을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 숨길 수 없이 자라나던 마음.
하늘에 맹세코 아니라 아니라 하면서도 옆에서 함께 자라면서 저도 몰래 키워진 그 사랑이 여기서, 붉은 피를 뚝뚝 흘립니다.
그에겐 정말로, 정말로.... 여인으로서의 자리를 하늘이 막아버리시는 군요....

어머니의 위패가 모셔진 곳을 대사께서 알아냈다 합니다.
생각하면 부제학 장일순대감의 고명딸로 아무 걱정없이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던 날들이 자신에게 있었던가 없었던가.
모래밭에서 그렇게 떨어진 오라비는 어찌 되었던가. 또 어미는 어찌 이 하늘아래 살아는 있는 것인가.
잠들 때마다 가느다란 희망과 절망의 고통으로 오가게 했던 그 어미가 이렇게 위패로 나타나다니요.

이제 옥이에겐 세상에 아무 희망도 기대도 없어졌습니다.
희망은 사람이 가지는 것이라 자조하며 나으리를 아프게 했지만 그래도 이런 현실은 너무나 가혹합니다.

무심한 어린 절손님들의 줄 뒤로, 애끓는 그 아이의 통곡이 아슴하게 떠오릅니다.
옥아...



요사채인걸까?
분주한 절마당이나 본전과 달리 마당이 고요하군요.


허리께로 올라온 작은 쪽문이 무례한 길손의 발을 막습니다.
<사람은 누구든지 보이지 않는 출입금지의 팻말을 보아야 한다>
어린 시절에 읽은 미우라 아야꼬의 소설 중 한대목이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출입이 금지된 곳은 들어가지 말아야 합니다.
그곳이 마당이든 마음이든...



마당을 기웃대던 누군가가 시작했을 작은 돌탑이 낮은 담장위에 앉았습니다.
이 기원은 무엇일까요.



언젠가 한번은 가자 하고 그게 또 오늘이 되었지만 다시 올지는 기약이 아니되는 내소사.
아니 보현사.




부디, 적소의 그 한때는 잊으시옵고 다시 오지 마소서.
사람의 옷을 입어 받았던 업장은 이제 다 멸하시고 편안하소서.
합장...



내소사를 나오다가 문득 장금이 언니가 앉았던 연못에 눈이 닿습니다.
조촐한 홍연, 옥이의 자줏빛 댕기를 떠올립니다.
이제 편안하리 생각하면서...



여름은 이렇게 초록으로 한창입니다.
이제 며칠 후면 다모 삼주년이군요.

'그룹명 > 길에 서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도 여행 - 해남 우항리 공룡박물관 (1)  (0) 2011.11.13
남도 여행 - 강진 다산초당  (0) 2011.11.13
채석강  (0) 2011.11.13
망해사  (0) 2011.11.13
보성에 다녀왔습니다.  (0) 2011.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