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낮부터 천둥이 치고 비가 오락가락 하더니 퇴근 무렵부턴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빗소리에 취한 귀가 잠길로 들었다 말았다 한다.
벨소리가 울리는 걸 보니 네시가 넘은 건 알겠는데 창밖이 깜깜하고 공기가 무겁다.
비가 아직도 오는 걸까...
또 그대로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깨보니 다섯시가 훌쩍 넘었다.
창밖을 내다봐도 날이 개지 않았다.
창틀에 빗방울이 남아있다.
아직도 비가 오는 걸까..
나가기 싫어서 뭉기적뭉기적.. 자꾸 꾀만 생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이거 점점 무슨 의무감 비슷한게 생기는 거 아냐?
아냐 아냐, 게을러진 거야...
부시럭부시럭 옷을 챙겨 입고 나간다. 오늘 안하면 앞으로도 계속 안할 것 같다.

그렇게 요란하게 퍼붓더니 아카시아 가지가 만발한 꽃의 무게를 감당 못하고 찢어졌다.
이제 이 비가 개이고 나면 아카시아도 저물겠다.


그친 줄 알고 그냥 나왔는데 는개비다.
걷는 사이에 내 머리도 촉촉해지고 카메라 렌즈가 자꾸 신경이 쓰인다.
비가 와서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왠걸~
다른 날보다 훨씬 북적였다.
날이 환하지 않아 다른 날보다 한시간 쯤은 뒤로 간 것 같은데 다섯시 무렵이 제일 북적이나보다. 잠도 읎어 정말~!!

이거 익모초 아닌가? ㅡ.ㅡa












-
송알송알 싸리 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대롱대롱 풀잎마다 총총
방긋 웃는 꽃잎마다 송송송
나도 모르게 입 속에서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우리 말의 아름다움이 여기에 다 들어있다고 가르쳐 주시던 어렸을때 선생님의 말씀이 선연히 살아난다.
"ㅇ" 이 받침에 많이 들어가면 그 말들이 명랑하고 더 생기가 있다고. 우리가 가진 의성어와 의태어가 이렇게 아름답다고.
소리내어 부르면 더 명랑해지고 즐거워지는 노래. 우리 말로 지은 우리 노래의 아름다움...
달개비도 버찌도 은행나무도 조팝나무 잎도 소나무 어린 순도 단풍잎도 다 빗방울을 매달고 이뻐졌다.
비오는 날의 숲속은 이런 고즈넉함과 평화가 더 돋보인다.
숲속 작은 것들은 어디로 숨었는지 보이지 않고 정자 근처에서 날마다 놀고 있는 새소리만 더 청명했다.
비가 오는 날은 사진 찍기가 아직은 쉽지 않다.
빛이 충분치 않으니 셔터 속도가 느려져서 자꾸 떨리게 되고, 오륙십장에 건질 것은 열 댓장이 고작이다.
찍을 때는 제대로 된 것 같은데 확인해보면 여지없이 흔들렸다.
하긴 삼각대도 없이 그냥 무작정 눌러대니...
아오... 출근하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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