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착하게.. 침착하게 미주야.
떨지 말고~!
저 사람들 아무것도 아냐. 너하고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야.
그니까.. 침착하게.
창피한가봐요.
아니 창피할 게 뭐 있어 자기가.
나하고 뭔 사이가 되는 것도 아니고.
한심한 거겠지.
이 시간까지 퍼질러 자는 실업자에다 한심한 똥차, 내가 봐도 그림이 기가 막힙니다.
그래도 당신까지 그렇게 볼 필요는 없잖아요.
나도 죽고싶을 만큼 창피하다고.
안다고 나도.
저...
에라 모르겠다, 철판 깔자.
지들이 내 똥차로 지네 차 좀 막았다고 죽일 거야 살릴 거야.
저기요, 얘가 쫌만 추우면 가끔 그러그등요.
쫌만 기다리면 괜찮아져요.
그니까 잠깐만 기다려줘요.
핸들 꽉 잡아요.
예?
핸들은 왜, 왜요?
어어어...
아니 지금 뭐하는 거예요~!
아니 저 어...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내가 무슨 쓰레기라도 되요!
이렇게 휭하니 구석으로 몰아 처박아놓고
돌아서버렸습니다...
이럴 수가...
이럴 수는 없는거예요.
이렇게 나한테 잔인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내가 뭘 어쨌다고.
내가 당신한테 뭘 해달라고 했다고,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나를 저 사람 보는 앞에서 이렇게 구석에 짐짝처럼 처박아버리니.
다정하게 어깨를 감싸안은 채 나와는 눈길도 안 마주치고 휭 하니 지나쳐가는 두목 옆에서 야릇하게 나를 보던 그녀의 눈길...
이럴 수는 없는 거지요.
사람들이 이렇게, 그니까 내가, 아니 내 차가, 아니 그니까...
도저히 못 참아. 내가 이런 모욕 받고 살라고 이 날 이 때까지 땀나게살아온 거 아냐.
이렇게는 못 가지요!
이봐요 하강재씨!
이 쉰밥풀떼기만도 못한 인간님!
그래 맞아요 당신.
아니 무슨 사람이 그래요?
차를 이렇게 밀... 그니까 나를 쭉 막 밀... 우리가 막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이렇게 막 함...이씨...
뭡니까?
뭐긴 뭐예요, 그러니까 당신 말야!
그러니까 내 말은,
당신... 그...
아이씨, 왜 할 말이 생각 안날까요.
싸우면서도 얼굴 하나도 안 붉히고 제 할 말 또박또박 다 하는 저 여자 앞에서 정말, 목이 막혀서 숨이 막 가빠오는데 말이 안 나와요.
나, 정말 열이 나서 깜빡 넘어가게 생겼는데, 근데 왜, 그니까 지금,
우리 아빠 꽃 남방,... 아 생각났다 그래, 그 옷.
우리 아빠 꽃남방 그거 왜 떼어먹어요? 시침떼는 거예요?
아니라고 말 못하죠? 그거 그래뵈도 내가 입는 사람 부담스러울까봐 말을 안해서 그렇지 그게 면 60수에 남방만들기 30년 장인의 숨결.... 나 미쳤나봐... 이게 무슨 말이니...
그니까, 사람이 그러면 못 쓴다는 거죠.
정성이 들어간 걸 그렇게 막 무시하고 함부로 짓밟으면 안된다는 거죠.
그거, 남보기엔 어떨지 몰라도 준 사람한테는 진짜 소중한 거거든요.
진짜, 그거 함부로 대하면 안되는 거거든요.
주절 주절 늘어지는 내 말에 그 사람은
찾아 보죠. - 딱 한마디였습니다.
행여라도 자다깨서 정신나간 여자에게 무슨 말을 들을까 싶어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차에 태우던 그 사람...
그렇게 휭하니 떠나버렸습니다....
텅 빈 주차장에서 그들이 사라지고 난 다음에도 나는 한참동안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울컥 치밀어오르는 뜨거움 때문에 나는 추운 줄도 몰랐습니다.
바보...
무얼 바란 거니 윤미주...
잠깐의 친절한 얼굴에 너 혼자 어디까지 갔던 거니.
저기 어디 네가 끼어들 자리가 있었다고...
그런데... 알면서도, 알면서도 무언가 자꾸 억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 혼자 시작한 거 맞는데, 그니까 그 사람한테 뭐랄 수는 없는 거 맞는데
진짜 아니었던가요?
아마는 내 착각일 거라고 나도 치미는 마음을 도닥거렸지만, 희미하게 보았던 그의 무엇을... 조금은 어떤 진실일거라고 믿었던 내 마음은 정말 정말 아니었던 걸까요.
내가 그렇게 아무것도 안되는 짐짝처럼 마구 치워버리고 싶게,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듯이 눈에 안보이게 휘딱 치워버리고 싶은 그런 것이었나요.
왜 이렇게 마음이 답답할까요.
누가 뭐란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그 사람들의 앞을 가로막지 말라는 거였는데 가슴이 너무나 답답하고 서러웠습니다.
그냥, 딱 여기서 죽어버리고 싶게 아득하게 서러웠습니다.
'그룹명 > 연인의 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나쁜 놈입니다. (0) | 2011.11.10 |
---|---|
미주의 얼굴 -7부 (0) | 2011.11.10 |
추운 아침 (0) | 2011.11.10 |
조그만 민들레 씨앗이 퍼지듯 (0) | 2011.11.10 |
신도로 가는 배 (0) | 2011.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