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좋은 건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내가 아무리 세상에서 지치고 고단해도 나를 안아주고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집은 그래서 좋은 거예요.
아이구 우리 강아지들 잘 있었어?
날이 추워지는데 로션 또 안발랐구나 벌써 볼이 다 텄네.
아빠, 저 왔어요.
아 아빠, 월, 월차내고 왔어요.
휴가 같은 거요.
네 좋아요, 요즘 우리 병원 휴가도 잘 내주고 그러네요.
아 제가 그동안 열심히 일했다고 우리 원장님 요즘 저한테 잘 대해주세요.
그래서..
아빠 미안...
조금만 더 참으세요...
아 어떻게 둘이 왔냐면요, 그러니까 그게.
사실은 저도 잘 몰라요. 오다보니 뭐 같은 배 타고 같이 오게 되고 그러더라구요.
그냥 저야 같은 길에 묶인 거 뿐이니까 이 사람한테 물어보세요.
아 땀나...
어머나?
엄상무님 아니세요? 산이총각도...
아니 왜 다 우리집에서 모이기로 하셨어요?
범구씨!!
반가운 동행이 그럼...
하두목...
우리집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알았군요...
우리집 뿐 아니고 우리 마을이 다 범구씨 때문에 쑥대밭이 된 것도...
그래서...
사기치고 달아난 사람을 잡아다 놓았다고 공치사도 못하고
이제 되었지 않냐고 으스대지도 못하고
똑바로 마주치지도 않고 이 사람 그냥 눈길을 비껴가요...
바보같이... 이런 때는 정말 잘난 체 해도 되는 건데...
이런 사람인 줄... 정말 몰랐어요.
볼 때마다 나는 당신 처음 보는 것 같아요.
그렇게 매달리고 애원해도 못들은 척 하더니, 그 돈 몇푼이 아니라 저 사람을 잡느라고 시간이 걸렸던 거군요.
어쩌면...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얼마나 당신 원망하고 욕했는데...
오는 길에 어지간히 혼났는지 범구씨는 다짜고짜 아버지의 바짓자락을 잡고 매달렸습니다.
너무 착하고 훌륭하신 아버지, 바닥이 차다고 일어나라고 하시네요.
아빠는 당신이 장발장을 구해준 미리엘신부님인 줄 아시나봐요.
그게 얼마나 당신 딸을 힘들게 하는 줄도 모르고.
그런데!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아빠아~!!
기가 막혀서!
아빠가 저렇게 사람을 치는 걸 처음 보았어요.
두목도 아빠의 저런 반응은 생각도 못했나봅니다.
물론 범구씨는 동네 어르신들에게 작신 매타작을 당해야 했지요.
그럼요. 범구씨 한 사람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는데요.
하루가 일년 같고 일년이 하루 같은 이 작은 섬에서 얼마나 기가막히는 사건이었는데요.
근데, 왜 갑자기 이쪽을 보세요?
예?
범구씨를 두목님네가 신경쓰시겠다구요?
도대체 뭔 일들이야...
아니 자기네 노는 구역을 어디 신도까지 확장하시려고 그래.
그건 됐거든요!
여긴 하나님 구역이네요.
뭐...고맙다는 말이예요.
정말 고마워요...
저 뿐 아니고 우리 가족 모두가, 우리 마을 사람들 모두가 당신들에게 감사해요.
아니 뭐 고맙다는 말 처음 들으시나.
다들 뚱한 표정이야.
그니까... 고맙다구... 제가 밥 살게요.
우리집이 이래뵈도 뼈대있는 가문이라 은혜입곤그냥 못 살거든요.
그쵸, 나도 두목한테는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죠.
거기다가 백수니 얻어먹기 찔리죠?
그럼 이거 어때요?
내가 사고 두목님이 내는 거.
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