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구야 아침부터 전화질하는 인간. 그냥 대충 좀 빼가지 크지도 않은 차 가지구.
밤새도록 이력서에 사진 붙이다가 이제 겨우 눈붙였나 했더만.
눈이 안떠진다 눈이. 이제 막 잠들었는데 우씨...
주차장, 내려왔그등요.
어디 계세요?
어?
태산씨...
그럼, 저 찾으시는 분이...
그쪽 차였어요?
아후씨... 하필 늦잠 잔 날...
꼴이 이게 뭐야 머리도 못 감고 눈꼽도 못떼고...
저기요, 저 맨날 머리 안 감고 그러는 거 아니거든요.
소문내지 마요. 설마 남자가 막 입 싸고 그런 거 아니죠?
금방 뺄 게요.
요즘은 이 쪽 식구들 사방에서 부딪는다.
이사를 가야 해. 이사를...
그 사람 차다...
하강재씨... 여기서 잤어요?
그랬구나...
왜 사이드는 잠가놓구...
어...
왜 그 순간 굳어버렸을까요...
바보처럼...
다정하게 웃으며 내려오는 두 사람의 모습은 세상에 둘도 없이 다정한 연인들이었습니다.
저렇게 다정한 웃음을 내게 보여준 적이 있었던가...
바보같은 생각이지요.
내가 뭐라고...
아는데... 이런 생각하고 있는 거 나쁘다는 거 아는데...
아이처럼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을 보며 얼어버렸습니다.
어젯밤...그러고보니 두 사람에겐 특별한 밤이었겠네요.
오지랖 넓게도 아무도 원치 않는데 두사람 일에 덜렁 끼어들어서 당신이 아이아빠가 된다고 일러주었지요.
기절할듯 놀라던 그 사람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 바로 유진씨에게 달려갔겠지요.
얼마나 행복한 밤이었을까요.
세상에 피붙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사람, 그렇게 외롭고 추웠다던 사람이 자기 살붙이가 비로소 생겼네요. 저 사람이 얼마나 이뻤을까요. 얼마나 고마웠을까요.
당연한데요... 그렇게 기뻐하라고 주제넘게 끼어들어서 가르쳐준건데요...
그사람의 장갑을 끼고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았네요.
나에겐 얼토당토 않는 말로 잔뜩 기죽이고 놀리면서 겨우 빌려주고 생색을 내더니, 저렇게 장갑을 끼워주고 손을 잡아주면서도 춥지 않냐고 다정하게 물어요.
당연한데, 당연한 사람들인데...
이상해요. 마음이...물을 잔뜩 먹은 스폰지처럼 무거워져요.
누군가 조금만 누르면 금새 물이 주르르 쏟아질 것처럼.
....행복해보이는 군요 당신...
됐어요.
괜찮아요 나.
안녕하세요 하강재씨.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 안녕하세요 윤선생, 아니면, 안녕하세요, 그냥 그렇게라도 해주었으면 마음이 편해졌을지 모르겠어요.
머리가 붕붕 뜬 내 얼굴을 보고 그는 유진씨와 나누던 웃음을 금방 거두었습니다.
잠깐만 기다려줘요.
본의아니게 제 차가 길을 막았네요.
그럴 것 까진 없었는데.
그렇게 화가 난 것처럼 나를 보자마자 딱딱하게 굳지 않아도 됐는데.
당신들 그 좋은 시간을 방해하자고 일부러 이렇게 댄 것도 아니구요.
내가 뭐 당신들 사이에 끼어들어서 어쩌자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게 화 안내도 되잖아요.
내가 뭘 했다구.
빨리 치우고 도망치자.
운이 없는 하루야.
아침부터 안 봐도 좋을 사람들.
어?
어라...
침착, 침착, 떨지 말고 천천히...
제발 이 고물아.
이제 구박 안 할게 오늘은 말 좀 들어.
잠시만요, 잠시만요.
저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거든요.
당신만큼이나 나도 당신네 보고 있는 거 괴롭거든요.
잠깐만요.
아 미치겠다.
제발 말 좀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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