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배에 칼 넣은 놈 잡아서 치료비 받아내려고 해남도에 가는 길에
귀찮은 심부름까지 덤으로 받았다.
언제까지 세연이 자식 뒤치닥거리를 해야할 지 모르겠다.
일곱살 응석받이도 아니고.
그런데 이 여자를 비행기 안에서 만났다.
뭐야, 그럼 진짜 짜장면 먹으러 해남도 가는 거였어?
같이 여행가자는 새끼들 수법 뻔히 알면서 쫄래쫄래 쫓아간다 이거지.
애초에 뭔 생각이 있는 여자라고는 생각 안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혼자 잘난 척 고고한 척 다 해놓고 완전 머리 속까지 속물이었어.
짜장면? 짜장면 같은 소리 하네.
배운 것들 다 그래. 입으로는 혼자 똑똑한 척 다 하면서 뒤집어 보면 다 똑같애.

하긴, 먹는 거 보니 짜장면 한 그릇에 해남도 갈 여자로 보이긴 한다.
그래 많이 먹어라 많이 먹어.

잘하면 의자까지 뜯어먹겠다.
한 사흘 굶으셨어?

이야.. 정말 대단하다.
숨도 안 쉬는 구나.

왜요 왜 왜!
뭘 자꾸 봐요? 여자 밥 먹는 거 처음 봐요?

무서워서 봅니다.
먹어요. 내 것도 다...

그 쪽 입은 먹을 때만 조용하니까...

여자 먹는 거 처음 보냐니, 나는 눈도 없는 줄 아나보다.
여자는 무슨~
신경도 안 쓰다가 갑자기 뭔 배려냔다.
내가.. 뭘 배려해야 했나?
날 보고 뭐라고 하는 소리 같다.
뭐야, 아직도 인사 않고 갔다고 삐진 건가?
하여튼, 여자들 밴댕이 속이란.

더 필요한 거 없냐는 스튜어디스 말에 안대를 달란다.
영 꼴보기 싫은 사람이 옆에 있다나.
오호~! 지금 발을 건다 이거지.

기가 막혀 정말...

안대 두 개 부탁합니다.

한 개는 입에다 물려버리게.

뭐가?
당신이 먼저 시작했잖아?

마저 드세요.
꼴보기 싫은 사람 얼굴을 뭘 그렇게 뚫어지게 보시나?

상택형에게 일을 맡기고는 왔는데 반도형님이 말을 들어줄 지는 모르겠다.
일이 만만치가 않다.
거기다가 약까지 끼어있다면...

어째 위태위태하더니...

이 여자... 뭐야 지금.

기가 막혀서...
그렇게 먹더니...
꼴보기 싫은 놈 어깨는 편했나 보지?

베이징 6자회담 성과 없이 또 무산...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부시정부의.. 아이씨~
이 나라 두고 뭔 사방에서 잡것들이 더 시끄러워 어째...
해남도까지 얼마나 남았나.
어깨가 조금씩 저려오는데...
도대체 이 여자 무슨 생각을 넣어놓고 다니길래 이렇게 무겁냐...
... 움직이면... 깰까?... 그럼 더 시끄럽겠지?...
그냥 차라리 참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속 편하게 잘도 잔다 참... 옷만 구겨져 봐라.
그래 내가 옷 구겨질까봐 참는다. 산이자식하고 자리를 바꾸자고 할 걸 그랬나.
아니야. 산이놈은 나보다 더 예민해서 못 참을 거야. 내가 참는 게 나았지.
옆자리가 조용하니 그건 좋군...
얼마나 남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