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받았다.
입사하고 처음이다.
일주일에 수술이 몇 건이냐 있는 눈치를 다 줄줄 알았는데 의외로 원장님, 선선하게 허락했다.
그것도 휴가비까지 얹어서.
이참에 순정이 말대로 사과박스랑 해남도나...
아니다, 아직은 아니다.
내가 한번도 안 쓴 그 연월차를 땡겨서 어쩌다 이런 인간 치료하자고 휴가를 냈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도 의산데, 약속은 했는데 지킬 건 지켜야지 말야.
일주일이면 내 땅을 사 준다니 눈 딱 감고 포기한다.
뭐 그 다음엔 볼 일도 없겠지.
그럼 나는 돈만 숑~ 받고 잽싸게 거래만 끝내면 되는 거다.
근데... 에잇~
무슨 가슴이 이렇게 넓어.
드레싱하기도 힘드네.
맨날 쪼그만 상처만 들여다보다가 뱃속까지 들여다볼 줄은 몰랐지.
내가 미쳤지 미쳤어, 아니지 기회일 수도 있지.
어쨋든 돈많다는 조폭, 치료만 며칠 해주면....
음마;;;
음...
저기...
뭔 생각을 하고 있던 거야...
쳇~ 또 뭐가 불만이야 대체.
할 말이 있으면 말을 해~!
뭐 어쨋든~!
치료는 그럭저럭 잘 되네요.
당뇨땜에 회복이 더디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그럭저럭 잘 됩니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잘 되나 안되나 가끔 칼 넣어보고 그러시면 안되요.
앞으로도 저처럼 쭉쭉빵빵하고 실력 좋은 의사가 그 순간에 짠 나타나는
그렇게 계속 운이 좋으란 법은 없으니까요.
잘 치료해주신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보단 뭐 남다른 두목님의 생명력 덕분이죠.
거 말끝마다...기분 나쁘다구요?
기분 나쁘면 두목님 하지 말든가~
여자친구한테 연락은 했어요?
무지 기다릴텐데...
안 기다릴라나? 패는 애인이라고?
흠, 무심하기까지 하시다 이거지.
그래도 좀 하죠.
죽을 고비도 넘겼는데.
붕대를 묶다가 상처를 좀 치었나보다.
금새 엄살은~!
흥. 쪼잔하긴. 삐졌냐 그새?
엉뎅이!!
또 이러네.
몰라요 엉뎅이?
모가아?
거 참, 어차피 맞을 거 할 때마다 속썩이네.
살만 한가 보아요 이제.
주사맞는게 무서워지고 말이지...
맞는 댁이 불편한데 놓는 나는 즐겁겠수?
누군 좋아서 하나.
에잇~ 그늠의 땅만 아니면....
일년치 연월차 땡겨서 내가 지금 뭐하는 거야.
비행기표도 있겠다 한 일주일 해남도에서 괜찮은 남정네와 썬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야.
거참, 엄살은!!
일부러 그러는 거냐구요?
제가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목숨처럼 여기는 이 유능한 닥터윤이?
뭐가 어쩌고 어째?
입을 막아?
얘?
말 짧게 나오시네, 오는 니 말이 짧으시면 가는 내 말은 길겠니요?
이걸 걍...
배 꼬맬 때 입도 꼬맸어야 했는데 말이다.
아니 휴가 때 전화하는 인간이 누구....
예...
총명하고 훌륭한 닥터윤입니다.
네?
사과박.. 아니 세윤씨?
아, 알죠, 그럼요...
제 전화로 오는 남자전화가 몇이나 된다고 그럼 모르겠어요.
아니 별로 하는 일은 없지만...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아니 그게 뜬금없어서...
뭐라구요?
지금, 여기로 오고 있다구요?
그룹명/연인의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