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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연인의 마을

그 이별의 끝

by 소금눈물 2011. 11. 10.








더는 갈 곳이 없습니다.
4년 동안 가슴 터지게 쌓아만 놓고 끝내 하지 못했던 말,
순간순간마다 내 목을 조르며 쥐어뜯었던 그 말들이
이 바다 가득히 출렁이고 있습니다.
그 말들을 마지막으로 확인하러 왔습니다.
다시는 오지 않을테니까, 죽을 때까지그 사람... 죽어도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이제 정말 이 세상에서 내가 기억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그 마침표를 찍으러 왔습니다.

이제 더는 나아갈 곳이 없습니다.





내가 어디에 있든... 올 거잖아요...
그렇게 믿어도 되요?

그녀의 목소리 아직도 귓가에 울립니다.
나같은 놈 때문에... 얼마나 큰 위험을 당할 뻔 했는지 다 알면서
그녀는 겁도 없이... 겁도 없이 그랬습니다.

어디에 다녀왔냐고, 누구를 만나고 왔냐고, 아무 말도 묻지 않고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던 그 사람.

보고서를 못쓸까봐 나보다도 더 조바심을 내고 걱정을 하더니
자기 병원을 갖겠다는 꿈은 어디로 두고 먼 나라로 기약없이 떠난다는 걸까요.
그 작고 이뻤던 꿈을 나같은 놈 때문에 잃어버리고...

살기야 살 겁니다.
그 사람이 없는 이 하늘 아래, 숨이 막힐 것처럼 나는 떨리지만...
눈 감고, 귀 막고, 심장도 빼어두고, 두 손 두 발 다 묶고
죽은 듯이 그렇게 한 세상 살아질겁니다.

내가 마음을 준 이들은 모두 나 때문에 그렇게 불행해집니다.
다시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지 않고 죽어버린 사람처럼 그렇게 살면
더는 아무도 고통스러워하지 않을테니까,
그 사람도 내가 없는 곳에서는 행복할 수 있을테니까...





어리석은 추억은 부질없어
어디서나 들리고 어디서나 보이는 그 사람의 흔적...





참으로 고약한 사람입니다.
이 나라 하고많은 바닷가에 하필 ...





아니겠지요.
내가 지금 .... 꿈을 꾸는 것이겠지요.





아마도... 정말로 내가 미쳐버렸나봅니다.
드디어 내가 정말...

꿈이라면... 꿈이라면 ...

하나님. 당신 정말 나쁜 양반입니다.
견딜만큼 견뎠습니다.
앞으로 죽는 날까지가 제게도 지옥이라는 걸 압니다.
제발 더는 고통스럽게 하지 말아주십시오.





잊었다면서요.

.......................





정말 정말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그 똑똑하고 총명한 여자가 왜 여기 있어요.
어쩌자고 당신 지금 내 앞에 있어요...





지웠다면서요
윤미주 모른다면서요
그러면서 여기를 와요?
이럴 거면서 왜 가래요.
이렇게 들킬 거면서 왜 가래요

겨울바람에 머리칼을 나부끼면서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처럼...
아니 마구 화를 내는 사람처럼 그렇게 서서...





꼼짝말고 기다려요.

그날도 그랬습니다.
그냥 혼자 가 버리면 울면서 온 호텔을 찾아뒤지고 다닐 것 같아서
아니 쫓아와서 당장 펑펑 등짝을 때리면서 화를 낼 것 같아서 도망치지를 못했습니다.





목구멍이 아파옵니다.
참을 수 없이 따끔거리고 자꾸 무언가가 꿈틀댑니다.






거짓말쟁이..
입만 열면 거짓말.
나 보고 싶어 왔으면서 바다 보러 왔다구 거짓말하구
안 먹어 안 먹어 하면서 다 먹구

여전해요.
하나도 변하지 못했어요.
쉬지 않고 혼자 떠들면서 하고싶은 말 하나도 감추지를 못해요.
근데... 왜 이렇게 가슴이 뜨거워지지요?
무언가... 무언가 말을 해야 하는데...





딴 새끼 전화 받으면 죽여버린다고 하고 가만 놔두고
지구도 지키고 여자도 지킨다면서 여자나 울리고
못 잊었으면서 잊었다고 뻥이나 치고.


이 바보같은 여자는 내가 정말 그러리라 생각했나봅니다.
죽여버리려고 했지요.
어떤 새낀지 전화만 하면 쫓아가서 그 손목을 부셔버릴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안되는데... 세상 모든 남자가 다 저 사람 옆에 서도 나는 안되는데
나는 그러면 안되는 새낀데 어떻게 그럽니까.
그런데 저 바보같은 여자는 그 말을 여태까지 믿었나봅니다.
저렇게 철철 울면서 내가 그 새끼들 죽게 두드려패주기를 기다렸나봅니다.





다음 코스는 어딘데요?
한계령이요오?
여기서 못 만났으면 거기서 만났겠네.

하지만 우리는 약속을 해서는 안되는 사이였습니다.
온 세상이 가로막고 나섰습니다.
그녀와 처음 데이트를 나갔던 날,
아버지는 나를 처음으로 찾아왔다가 내 대신 돌아가셨습니다.
나를 구하려고 내 대신 상택형이 죽어야 했습니다.

어디로 도망가야 하나요.
아무리 돌이질을 해도 죽어도 잊혀지지 않는 그날의 추억을
나 혼자 간직하고 숨어버리려면 어디까지 도망가야 하나요.





나 내일... 떠나요.
가면 이제 안와요. 안 올 거예요.
그래서.. 딱 하나만 묻는 건데요.





나... 정말 자신 없어요...
당신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지...
그 목소리, 그 손길, 앞에 있어도 이렇게 막막하고 터질것처럼 아픈데
어떻게 살지... 나 정말..자신 없습니다.

내가.... 정말 당신 옆에 있어도 될까요?
정말... 그래도 될까요?





나랑.....





키싱구라미 먹으러... 안 갈래요?

어쩌려고 그래요.
이렇게 잡으면 정말...우리...





정말... 마지막으로... 진짜 마지막이예요...
정말.. 안 갈래요?

그녀가 숨이 넘어갈 것처럼 힘겹게 숨을 몰아쉬면서 말합니다.
이 손을 ...잡아도 될까요?
온 세상이 다 막고 나선다 해도 이 손 놓지 않을까요.
다시 쓰러지면 나는 죽어야 될텐데... 정말 살 수가 없을텐데...





구이요.. 조림이요?

하나님. 저 정말 나쁜 새낍니다.
정말 나쁜 놈입니다.
하지만... 저도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습니다.
당신이 나를 이렇게 만드셨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천하에 나쁜 놈이라고, 분수도 모르는 놈이라고 어떤 돌팔매질을 당하더라도
저 사람 더는 울게 할 수 없다고... 변명을 찾고 있습니다.





이 한마디를 그렇게 오래 기다려 온 사람.
바보처럼 눈물만 뚝뚝 흘리면서
내가 얼마나 나쁜 놈인지는 생각도 못하는 저 사람...





내가.. 먹고 싶은 걸로... 시켜도 되요?





당연한 거..아닙니까?

온 세상의 키싱구라미를 다 잡아다줄게요.
더는 울지 말아요.
당신이 울면 내가 숨을 쉴 수가 없어요...

누가 뭐래도 당신을 놓을 수 없어요.
이렇게나 멀리 도망쳐왔는데.. 우리 어쩔 수 없어요.

정말... 우리 그거 같이 먹으러 가야하나봅니다.
그렇게 되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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