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아버지를 살해한 원수...
이제 상택형과 미주까지 인질로 잡고 있답니다.
생각같아선 여기서 끝을 내고 싶지만... 그 사람들이 잡혀있다기에 꼼짝할 수 없는 강재.
타는 듯한 분노와 고통이 교차합니다.
참지 말아요... 나를 위해서라면 참지 말아요...
그녀의 목에 닿은 칼날을 보고 있는 이 사람은......ㅠ_ㅠ...
자신의 목숨은 이미 미련이 없지만 그녀를 필사적으로 끌어안고 대신 쏟아지는 각목세례를 감당하던 사람.
문이 열리면서 나타난 반도형님.
반도형님까지 우리를 버렸구나...
다시금 분노와 절망에 휩싸여 그녀를 끌어안는 강재...
이제 다 끝났는데!
이제 살았는데!!!
믿어지지 않는 이 상황, 반주검이 되어있던 상택형이 자신을 밀어부치고 대신 칼을 맞으며
단말마의 경련을 일으키는 걸 보고 넋을 잃은 두목님.
믿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도 믿어지지 않았어요. ㅠㅠ
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그 육신의 옷을 그저 입기만 하고 서 있는 유령처럼...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강재씨.
지금 그 사람을 한없이 애처러운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녀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에게는 이 순간이 그저 다른 사람의 못된 꿈 속에 와서 멀거니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겠지요.
아버지의 영정 앞에서 비로소 그 눈길에 물기가 어리는 강재씨.
이제 찾았는데... 이제는 아버지라고 부를 사람을 찾았는데...
이젠 부모님을 찾겠다는 헛된 희망조차 사라져버리고
이 춥고 서러운 세상에 진짜로 고아가 되어 오도카니 남았습니다.
그 아버지는 자신을 찾아왔다가 자기가 맞았어야 할 칼을 대신 맞았습니다.
어째서 이 사람의 삶은 이토록 고통스러워야 할까요.
이처럼 모진 운명이 또 어디 있을까요.
기다리게 해달라는 그녀를 끝내 외면했습니다.
울며 애원하는 그 사람의 말에 한마디 약속조차 해주지 않았습니다.
돌아오겠다고, 다른 놈 전화받으면 죽는다고... 그런 말, 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자신이 그녀와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압니다.
사랑해서 위험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지 않아도.. 그저 먼 발치서 바라만 보아도 그 사람은 위험해집니다.
아니 아니... 그런 생각을 품기에는 자신은 너무나 더럽고 끔찍한 인간이라는 걸 이제 다시 한번 알았으니까요...
헌데, 냉정했던 이 사람이 상택형이 죽었다는 태산의 전언에는 휘청 흔들립니다.
형마저도... 형마저 나를 떠났구나.
형마저 나는 보낸 놈이 되었구나......
7년...그게 70년이든 700년이든 이제 그는 아무 상관없습니다.
그 마음의 문을 닫고 보니 그가 세상에 남겨두고 애틋해야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모두 그렇게 떠나겠지요.
어차피 철저히 혼자... 아니, 살든 죽든 그에게는 도무지 미련 같은 것이 없습니다.
이 순간조차 남의 자리를 대신해서 서 있는 것처럼 그는 허영청(虛影廳)이 되었습니다.
그 캄캄한 시간을 그는 무슨 마음으로 견뎠을까요.
아니 그 마음이라는 것이 있기나 했을까요.
하루에도 수백번씩 가슴을 쓸어가는 그리움과, 그것을 지우지 못하는 고통과,
자신에 대한 증오와 참을수 없는 분노...
그리고 그 사람의 이름... 그 손길들... 부딪던 입술의 기억들...
사소하고도 한없이 따뜻하고 서러운 그 기억들이 그를 미쳐버리게 했을 겁니다.
심장을 뺏긴 짐승처럼 그는 얼어버린 달빛속에서 굳어있었지만
갈 수 없는 고통보다 더 큰 것은 지우지 못하는 그 기억들의 완고한 고집이었겠지요.
어떻게 살았을까요.
그 참혹한 시간들을 어떻게 그는 지났을까요.
드디어 죽음보다 영영 길것만 같던 그 시간이 지나고 그가 다시 세상에 나오던 날.
그는 자꾸만 시선을 피했습니다.
어딘지 어색하고 굳은 표정으로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는 많이 달라졌고 이전의 그 따뜻하고 부드럽던 미소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4년의 시간은 그렇게나 길고 참혹했습니다.
미안해... 미안해 형..
너무 늦게 와서...형 말 안들어서... 그렇게 보내서 정말 미안해...
그가 세상에 맨 먼저 나와서 찾았던 곳.
매서운 겨울바람에 얼굴을 할퀴우면서 그는 오열했습니다.
미안해 형... 춥겠다.. 너무 춥겠다...
상택형에게 미안해서... 그리고 그가 너무 가여워서... 바라보는 미주씨가 너무 아파서
우리도 그렇게 울었습니다.
우리 모두 당신과 함께 고통스런 시간이었습니다.
그리움과 원망, 서운함을 절절히 쏟아내는 미주씨에게 그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지만 기다릴줄 몰랐다고, 내가 어리석었다고
그런 바보같은 말이나 하고 있습니다.
아니라면서, 다 잊었다면서 왜 흔들려요.
그거 다 보이는데, 그사람도 다 아는데 왜 바보같이 다 들키면서 왜 그렇게 모질게 굴어요.
가슴 터지게 후회할 거면서, 살아갈 마지막 끈 하나마저 놓고 말겠다고
왜 이렇게 못되게 굴어요.
그 사람 울려놓고 자기는 심장을 쥐어뜯으며 살거면서
사랑하면 같이 있는거지
당신 없으면 살지 못한다는 저 사람 앞에서 왜 그래요.
잊었으면 앞에 있지도 말아야지.
끝내 가지도 못하고 돌아서서 숨어 울거면서. 바보같이.. 나쁜놈처럼...
src="http://img.blog.yahoo.co.kr/ybi/1/4d/df/salttear/folder/30325/img_30325_1266392_21?1169362523.jpg">
원망을 퍼붓는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참 바보였습니다.
자신이 그 인생에서 비켜나주면 그녀가 그대로 정말 행복할 줄 알았던 참 바보였습니다.
아니었습니다.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이제 정말... 구이든 찜이든 그 키싱구라미, 이 사람과 정말 같이 먹어야할 것 같습니다.
누가 뭐래도, 세상의 누가 손가락질을 하더라도 더는 도망치지 않을 겁니다.
그녀가 행복하지 않다면 자신도 행복할 수 없을테니까요.
함께 있지 못한다면 그녀가 불행하다는데, 자신도 혼자 남을 자신이 정말정말 없거든요.
놓지 마세요.
이 사람 다시 놓치면 큰일나요.
당신은 한쪽 날개밖에 없는 바보새라서 그녀없이 날지 못해요.
눈도 귀도 없는 바보라서 그녀가 없이는 당신은 당신의 삶도 보지못하고 듣지를 못할거예요.
그래서 그들은 영영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여전히 질투쟁이인 강재씨는 우편물을 갖다주는 집배원에게도 화를 내고
그러다 무진장 혼나기도 하면서-
미주씨가 토라지면 <지식인>님께 공손히 비법을 물어보며 동동거리고
한여름에 군밤을 사러 온 동네를 헤집기도 하고
세상에 나오지도 않은 꼬마들의 교육보험을 있는대로 들어서 목사님한테 구박도 받으면서
내내 행복하게,
알콩달콩... 잘 살았답니다.
믿겨지지 않으세요?
혹시... 신도라고 들어보셨어요?
언제 한번 가보실 일 있으시면 그동네 높다란 바닷가 언덕의 교회를 한번 들여다보세요.
크리스마스 트리에 붙일 노란 별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오리고 있는 남자를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그 사람이 아무리 토라진 표정을 하고 있어도 속으시면 안되요.
그 사람, 사실은 지금 견딜수 없이 행복해서, 누군가가 그 행복을 훔쳐갈까봐 무서워하면서
그래서 그렇게 아닌 척 엄살을 떨고 있는 거거든요.
가끔씩 배에 손을 가만히 갖다대면서, 슬그머니 혼자 미소를 짓는 거... 그거 다 보이는데
아닌 척하고 있는 거거든요.
당신이 그 모습을 보고 눈치를 챘더라도 그냥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발뒤꿈치를 들고 물러나주세요.
그 사람은 자신이 지금 갖고 있는 행복이 얼마나 소중하고 빛나는 것인지를 너무나 잘 안답니다.
그 행복이 당신의 웃음소리에 깜짝 놀라지 않게... 그냥 가만히 물러나주세요.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은 그들에겐 닿지 않을테니까요.
그건 바다건너 먼 세상의 일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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