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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연인의 마을

모닥불

by 소금눈물 2011. 11. 10.





얼마나 기다렸을까요.
이렇게 얼굴을 마주 대하는 날이 정말 오기는 오는 걸까
아득하고 막막한 시간들.





이제 비로소 둘이 되었는데...
끝없이 길기만한 침묵이 목을 죄어요.





이 사람은 아무 말이 없어요...
눈길을 내내 외면했지만
지쳐서.. 외로와서.. 그리고 엄상무님에 대한 자책때문에 말을 잃은 줄 알았는데

너무나 그리웠다고
원망도 했다고
하지만 이렇게 앞에 있어주니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잘 있었냐고
미안했다고
이제 다시 왔다고 .. 그런 말을 해 주길 바랬는데

이 침묵이 너무 힘들어요.


몸은...괜찮아요?
나는..잘 지냈어요...

대답이 없는 그가 무서워서
침묵이 무서워서 내가 건넨 인사에 내가 답해버리고 말았어요.

잘 지내지 못했는데...
엉망으로 망가져서, 그렇게 만든 당신을 죽도록 원망도 하면서
원망하면서도 미치게 그리워서
그렇게 잘 못 지내면서 아팠는데

잘 지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네요
그 사람이 물어봐주지 않아서
나 혼자 거짓말을 하면서 온 몸이 떨려오네요.
너무 추운 밤이 될 것 같아 그게 너무 너무 무서워져요..

아니겠지요. 아니겠지요...

근데..왜 그랬어요?
면회도 거절하구 편지 답장도 안하구...왜 그랬어요?





돌처럼 굳어서 타는 모닥불만 바라보고 있어요.

뭐라고 말 좀 해봐요.
당신이 말이 없으면 나는 무서워져요...






어떻게 그래요?
어쩜 그렇게 독해요?
무슨 마음인지는 알지만.. 그럼 안되죠. 왜 혼자 견뎌요. 같이 견뎠어야죠
안 궁금했어요?
걱정..안했어요? 나... 안보고 싶었어요?

끝내 묵묵부답인 그에게 나는 점점 서운해지고 화가 납니다.
너무너무 화가 나고 미워요.






미안합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본 모양입니다.
기다리지 말라고 했어야 하는데..
4년이면 잊겠지 했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이런 말을 하려는게 아니잖아요 !





지금부터 잊어요.
잊고..나 만나기 전처럼 살아요.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속물이고 적당히 잘 나가는 의사.. 그렇게요.
앞으론 다시 보지 맙시다.





왜 이래요.
왜 이래요 정말!





내가 바보예요?
의사씩이나 되는 여자가 그렇게 생각이 없을까봐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는 거 내가 모를까봐요?





당신 모진 말에 내 가슴이 터져서 이렇게 피가 철철 나는게 보이지 않아요?





정말 왜 이래요
어떻게 이래요 어떻게..
거짓말이라도당신한테그런 말 들으면 나 아파요! 아파요! 아파죽겠다구요!!

왜 거짓말해!
왜 사람 바보만들어. 왜 등신 취급해 이 나쁜 새끼야!





거짓말 아닙니다.
윤미주랑 행복할 자신 나 없습니다.
그래서 다 잊었습니다.
나 이제 윤미주 모릅니다.





그러니까.. 그쪽도 잊어요 나처럼.





나쁜 새끼..
내가 어떻게 지냈을지 다 알면서. 짐작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면서 보냈을지 다 알면서..

저도 그랬을거면서.
잊었다고... 아니라고 거짓말 하는 그 속도 다 뻔히 보이는데

아니라고 아니라고!!
거짓말!! 나쁜 새끼. 나쁜놈!!





그래요..알았어요.
보지마요 우리 .다시는 보지마요 .
죽을 때까지 보지마요.!
소원대로 해줄테니까 죽어서도 보지 말자구요!!





나 떠나요..떠나요..
나 이제 한국에 없어요.

갈거예요. 가버릴거예요.






나.. 십년이든 이십년이든 기다릴려고 했거든요
당신 기다리는동안 당신덕분에 사람 살리게 되었으니까
사람들 살리면서 기다릴려고했거든요.

나 그랬거든요!!





근데.. 보지 말자니까 갈게요.
다신 안올게요. 나 찾아도 소용없어요.
몰래와서 보려고 해도 이제 못봐요.
안 보여줄거야.
죽을 때까지 못 보게 할거야.
다시는 안 올거야.






바보...
다 보이는데... 다 보이는데...
아니라고... 아니라고 거짓말만 하고...





견뎌봐...
나처럼 한번 견뎌봐.
잊혀지는지, 잊을 수 있겠는지...





이렇게 될 거였으면서...





믿으라고 ...
어딜 가든 지켜준다고 거짓말하고....





저 혼자 힘들고,
나 혼자 힘들게 하고...





안 볼거야.
정말정말...죽을 때까지 안 볼거야.





잊어버릴거야.
죽어도 생각하지 않을거야.
세상 어디에 하강재란 인간이 살아있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않을거야.
그렇게 살거야!






나쁜 놈...
나쁜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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