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기다렸을까요.
이렇게 얼굴을 마주 대하는 날이 정말 오기는 오는 걸까
아득하고 막막한 시간들.
이제 비로소 둘이 되었는데...
끝없이 길기만한 침묵이 목을 죄어요.
이 사람은 아무 말이 없어요...
눈길을 내내 외면했지만
지쳐서.. 외로와서.. 그리고 엄상무님에 대한 자책때문에 말을 잃은 줄 알았는데
너무나 그리웠다고
원망도 했다고
하지만 이렇게 앞에 있어주니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잘 있었냐고
미안했다고
이제 다시 왔다고 .. 그런 말을 해 주길 바랬는데
이 침묵이 너무 힘들어요.
몸은...괜찮아요?
나는..잘 지냈어요...
대답이 없는 그가 무서워서
침묵이 무서워서 내가 건넨 인사에 내가 답해버리고 말았어요.
잘 지내지 못했는데...
엉망으로 망가져서, 그렇게 만든 당신을 죽도록 원망도 하면서
원망하면서도 미치게 그리워서
그렇게 잘 못 지내면서 아팠는데
잘 지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네요
그 사람이 물어봐주지 않아서
나 혼자 거짓말을 하면서 온 몸이 떨려오네요.
너무 추운 밤이 될 것 같아 그게 너무 너무 무서워져요..
아니겠지요. 아니겠지요...
근데..왜 그랬어요?
면회도 거절하구 편지 답장도 안하구...왜 그랬어요?
돌처럼 굳어서 타는 모닥불만 바라보고 있어요.
뭐라고 말 좀 해봐요.
당신이 말이 없으면 나는 무서워져요...
어떻게 그래요?
어쩜 그렇게 독해요?
무슨 마음인지는 알지만.. 그럼 안되죠. 왜 혼자 견뎌요. 같이 견뎠어야죠
안 궁금했어요?
걱정..안했어요? 나... 안보고 싶었어요?
끝내 묵묵부답인 그에게 나는 점점 서운해지고 화가 납니다.
너무너무 화가 나고 미워요.
미안합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본 모양입니다.
기다리지 말라고 했어야 하는데..
4년이면 잊겠지 했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이런 말을 하려는게 아니잖아요 !
지금부터 잊어요.
잊고..나 만나기 전처럼 살아요.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속물이고 적당히 잘 나가는 의사.. 그렇게요.
앞으론 다시 보지 맙시다.
왜 이래요.
왜 이래요 정말!
내가 바보예요?
의사씩이나 되는 여자가 그렇게 생각이 없을까봐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는 거 내가 모를까봐요?
당신 모진 말에 내 가슴이 터져서 이렇게 피가 철철 나는게 보이지 않아요?
정말 왜 이래요
어떻게 이래요 어떻게..
거짓말이라도당신한테그런 말 들으면 나 아파요! 아파요! 아파죽겠다구요!!
왜 거짓말해!
왜 사람 바보만들어. 왜 등신 취급해 이 나쁜 새끼야!
거짓말 아닙니다.
윤미주랑 행복할 자신 나 없습니다.
그래서 다 잊었습니다.
나 이제 윤미주 모릅니다.
그러니까.. 그쪽도 잊어요 나처럼.
나쁜 새끼..
내가 어떻게 지냈을지 다 알면서. 짐작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면서 보냈을지 다 알면서..
저도 그랬을거면서.
잊었다고... 아니라고 거짓말 하는 그 속도 다 뻔히 보이는데
아니라고 아니라고!!
거짓말!! 나쁜 새끼. 나쁜놈!!
그래요..알았어요.
보지마요 우리 .다시는 보지마요 .
죽을 때까지 보지마요.!
소원대로 해줄테니까 죽어서도 보지 말자구요!!
나 떠나요..떠나요..
나 이제 한국에 없어요.
갈거예요. 가버릴거예요.
나.. 십년이든 이십년이든 기다릴려고 했거든요
당신 기다리는동안 당신덕분에 사람 살리게 되었으니까
사람들 살리면서 기다릴려고했거든요.
나 그랬거든요!!
근데.. 보지 말자니까 갈게요.
다신 안올게요. 나 찾아도 소용없어요.
몰래와서 보려고 해도 이제 못봐요.
안 보여줄거야.
죽을 때까지 못 보게 할거야.
다시는 안 올거야.
바보...
다 보이는데... 다 보이는데...
아니라고... 아니라고 거짓말만 하고...
견뎌봐...
나처럼 한번 견뎌봐.
잊혀지는지, 잊을 수 있겠는지...
이렇게 될 거였으면서...
믿으라고 ...
어딜 가든 지켜준다고 거짓말하고....
저 혼자 힘들고,
나 혼자 힘들게 하고...
안 볼거야.
정말정말...죽을 때까지 안 볼거야.
잊어버릴거야.
죽어도 생각하지 않을거야.
세상 어디에 하강재란 인간이 살아있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않을거야.
그렇게 살거야!
나쁜 놈...
나쁜 새끼....
그룹명/연인의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