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표정들은 이야기에서 차지하는 무게와 상관없이 제가 좋아하는 그의 모습들입니다.
장면을 들여다 볼 때마다 섬세한 표정들이 살아올라 그의 성격이나 미묘한 심경의 변화들, 흔들리는 마음들을 알게 해주지요.
그러니 이보다 더 크고 무거운 장면에 대해 왜 말하지 않느냐고 하시면 패스~!
지극히 사소하고 작은 모습들이지만 그 사소한 표정들에 잘 빠지는 것이 소금눈물의 버릇이니 어쩌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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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호수.
아직 박명인 새벽, 누군가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정적인 화면이 푸르스름한 빛으로 떠오를 때부터 참 좋았습니다.
어쩐지 <연인>의 빛은 이렇게 아름다울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지요.
행복의 증거를 냉장고에 든 소소한 물건들로 전해듣는 강재.
그는 깡패두목입니다.
그의 냉장고에는 생수 몇 병과 당뇨병 환자인 그가 저혈당에 대비해 넣어둔 초콜렛 몇 개,
그게 전부입니다.
그는 다른 평범한 가정의 냉장고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지 못하고
그것이 어떤 행복의 얼굴인지도 모르지만 또한 관심도 없습니다.
애초에 그런 행복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체념하고 있었으니까요.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짓고 있지만
이것은 그의 미소가 아닙니다.
그의 외로움입니다.
<배우 이서진 보기>에서 <깡패두목 하강재 보기>로 눈을 바꿔버린 모습이네요.
협조하지 않는 이들을 무자비하게 협박해서 건설회사를 뺏는 조폭.
배우인 그의 이미지가 너무 단정하고 엘리트여서 사실 의구심을 가졌는데
그는 딱 조폭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저 쏙 들어간 보조개 때문인지 자꾸 호감이 가니 어쩝니까.
- 국회의원은 깡패 쳐도 깡패는 국회의원 못 칩니다.
국회의원은 법의 보호를 받지만 깡패는 법의 심판을 받거든요
근데 전 칩니다.
국회의원이고 개나발이고 백 년도 못 사는 인생, 맞고 살 이유 없거든요.
종사관 나으리.
송구합니다.
잠깐 오매불망 잊지 못하던 당신을 접어놓고 깡패를 바라보겠습니다.
비리국회의원을 협박해서 건설회사를 만드는 조폭.
이를 앙다물고 나오는 그의 말,
세상에서 손가락질을 받지만 그 손가락질을 하는 부류조차
자신들과 별다를 게 무어냐 코웃음치는 자조와 분노가 느껴지지요.
엄상무에게 일을 지시하는 강재.
나이가 어리면서도 보스로 올라선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모습이었지요.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고 장악할 줄 아는 카리스마.
역시~!
은거지 삼아 거처를 제공하고 치료까지 해 주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가격으로 압류한 땅을 사 주겠다..
협상을 하던 때군요.
이 때만 해도 우리 두목님 머리 팍팍 돌아갔지요.
아 이래서 조직의 보스구나..하는 생각을 했는데
어째 영...그 선택이 그다지...흠...
이 작은 섬이 그들의 앞날에 얼마나 소중하고 애틋한 장소가 될 지
그때는 몰랐겠지요.
치료하다 말고 남자친구의 전화를 받더니
난데없이 침대 위로 뛰어오른 천방지축 의사선생
이뻐요? 나 안 이뻐요? 아니 좀 안아주고 싶다거나 사랑스럽다거나.
황당하고 당혹스런 우리 두목님 표정 좀 보시래요 ^^
우연히 둘러보았던 예배당 안.
음영으로 드러난 십자가를 배경으로 선, 상처투성이 가슴을 가진 강재.
그 강재의 이력을 짐작하지만 목사님은 그를 경원하지도 탓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길 잃고 오래 아픈 어린양, 그대로 받아들이지요.
그를 동정하지도 훈계하지도 않구요.
버림받은 유년에 대한 상처로 가득찼던 강재는
거기서 목사님으로부터, 의사선생의 뜻밖의 상처를 듣습니다.
두 상처의 조우...
어떻게 될까요.
저렇게 당당한 말투로, 길 잃은 어린양도 하나님은 사랑한다고
그런 분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강재의 머리 속에는 아까 목사님의 말씀이 남았습니다.
저 사람도 그런 상처가 있다고, 그렇게 길 잃은 어린양이라고 -
이상하게 위로가 됩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사람에게 그렇게 쉽게 마음이 열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깡패인 자신을 받아들이기 위해 어떤 이해도 노력도 필요하지 않는,
같은 종류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알아보는 갈망이랄까요.
고백하겠습니다.
저 이런 그의 표정, 좋아합니다.
강재의 얼굴인지 배우 이서진씨의 얼굴인지 그건 확실히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만
슬픔과 분노, 갈망과 자책이 교차하는 이런 순간 순간의 표정들이
사정없이 마음을 흔듭니다.
핏발 선 눈으로 세연을 노려보는 강재.
공들여 물밑작업을 해왔는데
세연의 공작으로 백은건설 인수작업은 물건너갔군요.
바라보는 강재의 눈빛 하나로, 회장의 신임이 왜 그토록 지극했는지 짐작이 됩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정말 뜻한 바가 아니었는데 그는 불쑥 이성을 잃고 말았습니다.
어떤 남자가 미주와 함께 춤을 추고 있었거든요.
불편해보이는 미주의 몸짓을 무시하고 엉덩이를 더듬는 사내를 본 순간
강재는 참지 못하고 폭발하고 맙니다.
이렇게 만든 미주가 그 순간 얼마나 미웠을까요.
자기가 이 사람에게 그렇게 소리칠 권리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까맣게 잊은 채 말이지요.
어젯밤에 그렇게 열을 냈는데
배 위에서 만난 모습은 이토록 평화롭습니다.
어쩌면 살짝 들뜬 모습까지 보이네요.
골치아픈 채무자와 채권자의 관계가 아니라
밀월여행을 떠나는 설레임으로까지 느껴질만큼요.
그게 어떤 마음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 사람 옆에 나 아닌 다른 남자가 있다는게 그토록 화가 나는 이유가 되던 여자
그 사람이 옆에서 이렇게 따뜻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강재는 이 순간이 싫을 수가 없습니다.
남이 차린 밥상이 싱거워서 싫은 거라면
이거 어때
네가 지키고 내가 뺏는 거, 어때.
이때의 카리스마라니 >_<~!!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커다랗게 자리한 사람.
하지만 그래도 불러올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아픈 유진을 밤새 간호하다 잠든 미주를 보는 강재.
어떻게든 나쁜 사람이 되고 말았네요.
누군가의 순수한 호의를 받아본 적이 별로 없는 강재.
몰래 미주를 도와주고도 그녀가 나타나자 긴장했습니다.
보나마나 내가 도왔다는 말을 들으면 그만둔다고 할 거야, 괜찮아 난.
상처받기를 두려워하는 그의 방어기제는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퉁명스럽게 던져버리네요.
그런데 그녀는 달랐습니다.
고맙다고,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합니다.
거절을 생각했던 그는 얼떨떨한 표정이다가 슬며시 긴장이 풀어지면서
부끄러운 듯 이렇게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짓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천진난만할까요.
그의 작은 미소가, 지금까지 얼마나 사람들에게 모진 소리만 듣고 살아왔나 싶어서
가슴 아픈 연민을 불러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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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차를 두고 그냥 온 미주.
그것도 차냐 둘이서 토닥토닥 하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지요?
세연이 화를 낼 만도 합니다.
그거, 그렇게 하는 말싸움, 남들 눈에는 절대 싸움으로 안보입니다 강재씨.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이토록 커다랗게 자리한 사람.
강재는 이제 자신에게서 일어나는 이 변화를 무섭게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이제야 그 <마음>이란 것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무섭고 괴로운 이름을 가진 것이었는지도요.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가장 사랑하는 모습 중의 하나였지요.
늦은 밤, 감기에 걸린 미주를 군밤을 사주어 들여보냈는데
오랫동안 들어오는 기척이 없었습니다.
종알종알 유진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덜컹 하는 옆집의 문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반사적으로 시계를 보던 강재.
사랑은 이렇게 아무리 감추려 해도 다 드러내고 마는 것을.
자신의 존재를 기어이 보이고야 마는 것이 사랑의 속성인 것을.
그룹명/연인의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