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시작한, 강재 얼굴 보기가 어째 일이 커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시작하면 말이 꼭 이렇게 중언부언 길어지는 것이 못된 습관입니다.
아무래도 이 글도 쓸데없이 길어질 듯 하니 이쯤에서 스크롤바가 걱정되는 분은 가차없이 뒤로가기 눌러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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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거기가 아니어도 되었는데
<낚시>는 핑계였지요...
그런데 미주선생을 또 만났네요.
먼저 가서 기다린 꼴이 되었지만 그래도 행복한 우리 강재씨.
이불을 가져온 미주씨와 또 토닥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아 네~ 맞습니다. 재미들렸습니다.
주고받다가 문득 그녀의 말이 끊어지네요.
오마나, 아직 끝나면 안되는데 그녀가 간다네요.
문을 쾅쾅 닫는다는 말이 마음을 상하게 한 걸까요?
가슴이 덜컹하며 아쉬워지는 두목님
삐졌습니까?
왜요오~
버릇이라니까요. 맘에 안들면 나오는 저 말꼬리 길어지는 모습~!
벌써 끝나면 안되잖아~!
불만인 두목님 속이 다 뻔히 보인다네요.
난생 처음 색종이 별을 만들어보는 두목님.
생각보다 그거 쉽지 않습니다.
딴에는 열심히 해 본다고 해 보는데 면박만 당하네요.
아 이것 참, 어렵네 어려워 쯥~
어찌나 골똘히 색종이 오리기에 빠지셨는지. ^^
불빛속에서 바라보는 그녀의 웃음, 아이들의 환호소리.
강재는 이제 냉장고에 들어가는 것들이 어떤 빛깔을 하고 있는지 알 듯도 합니다.
이런 것을 사람들은 <행복>이라고 불렀나봅니다.
얘는 깨면 꼭 엄마 찾아요
꿈에 오나봐요...
자신의 꿈에 엄마가 온 적 있던가요.
엄마를 그리며 잠든 어린 시절,
누가 이렇게 자신의 머리맡에서 따뜻하게 도닥거려준 적 있던가요.
강재는 문득 이 아이가 부럽습니다.
떠들썩한 잔치를 뒤로 하고 아이들도 모두 잠이 들었습니다.
깊은 밤, 밤인사를 하며 돌아서는 발길이 두사람 모두 어쩐지 아쉽습니다.
군밤, 맛있었어요? ....
강재의 사랑이 이제 불러집니다.
드러내기 어려웠던 조심스러운 그의 마음은 이제 더는 숨길 수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신도,
하나님도 눈을 감고 주무시는 아주 깊은 밤이니까요.
행복해보이지요?
그렇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더 주고 싶어하는 마음은 그렇게 행복합니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어두운 생활을 청산하고 그는 이제 빛으로 나오고 싶어집니다.
너무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어떤 여자가 그의 무덤에 와서 울기 전에
그는 이제 그만 그 생활을 그만두기로 합니다.
하나 둘, 생활을 정리하고 부하들에게 나누어주고
혼자 남은 호텔 방.
그의 손에 닿는 초콜렛 상자.
그를 위해 그녀가 건네주었던 그 선물.
오늘 밤은 그에게 특별합니다.
그 특별한 밤에 더는 이 갈망을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찾은 그녀의 집 앞.
불이 꺼진 창을 오래 바라보다 돌아서던 그.
그 팔을 잡은 것은 하강재가 아닙니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입니다...
당신이 사로잡아 버린 그 마음,
부끄럽고 초라하고 상처입은, 그래서 이성을 잃어버린 그 것입니다.
터질듯한 긴장과 슬픔이 함께 하던 그 밤.
유진이 보러 온 거 아닙니다.
오늘은 아닙니다.
내가 건달인 건 오늘까지거든요.
오늘까진 내가 나쁜 새끼란 얘깁니다.
상처입은 짐승이 울부짖듯...그의 거친 신음소리가 미주의 귀를 막습니다.
왜 더 참지 못했냐고 하지 마세요 미주씨.
왜 그 마음을 보였냐고, 알고 있으면서도 서로 가슴이 밀어넣고 눈을 감았던 그 마음을
왜 더 감추지 못했냐고 하지 마세요 미주씨.
더는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는 숨이 막혀 죽어버렸을테니까요.
더는 참지 못했을테니까요.
하나님
어리석은 우리를 용서하소서.
알고 있지만, 더는 나아가선 안된다고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당신이 그토록 연약하게 만드신, 우리는 인간의 얼굴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그렇게 행복하고 따뜻한 얼굴을 가지고
또 이토록 고통스런 손아귀로 가슴을 쥐어뜯습니다.
강재씨...이제 아셨나요.
사람들은 때로 사랑의 힘으로 살지만 그것 때문에 죽기도 한다는 것을요
우리는 이렇게 작고 상처입은 짐승의 심장을 갖고 있다는 것을요.
너 눈 안까냐~!
어따대고 툴툴대냐 너.
백이사님.
신입사원 하강재씨 단단히 걸렸습니다.
많이 혼나면서 배우셔야 합니다. ^^
그런데 어쩐지 백이사님의 호통은 아버지의 걱정 같기만 하지요?
혼나는 모습도 어쩐지 미소가 지어져요.
진실로 이렇게 강재를 걱정하면서 혼내주는 어른이 회장님 말고 또 누가 있었나 싶습니다.
입사를 축하한다고, 이제 의사의 힘을 빌릴 위험도 없을테니 다행이라고 그럽니다.
그녀는 웃고 있지만 이 추운 밤 옥상에 맥주를 두 개나 들고 올라왔군요.
그녀의 아픔도 그의 무게와 같습니다.
그녀가 마음을 내려놓을 공간이랍니다.
더는 침범해선 안되겠네요.
물러서야지요.
바람이 차요 오래 있지는 말아요...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언 그녀의 볼과 차가운 손, 그리고 비닐봉지에 담긴 맥주가
그의 마음에 자꾸 부딪혀 얼고 있습니다.
왜 피합니까.
우리가 뭘 어쨌다구.
나는 당신이 보고싶어 해서는 안되는 사람이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데
아직 아무 것도 아닌데 왜 피해야 합니까.
두목님이 자꾸 슬퍼지고 고통스러워지는게 이제 나는 점점 싫어져요..
예전에 그 씩씩하고 무식했던 하강재가 그리울만큼요 ㅜㅜ
힘찬 점..뭐...단종된 자동차 뭐..
큰일 났습니다 우리 신입사원 하강재씨.
에효..안스러워죽겠네요.
세상 무서운 거 하나없던 두목님.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되고 마셨어요 글쎄.
단념했지만
그녀의 곁에 다른 사람이 이제 섰다고, 자신은 이제 죽어도 아니라고 다짐했지만
위험에 처했다는 말을 듣자마자 정신없이 달려왔습니다.
바보같은 그녀
대책없이 나서대는 그녀가 이토록 원망스러운 적이 또 있었던가요.
찢어진 옷자락을 수습도 못하고 바라보는 그녀,
화가 머리끝까지 납니다.
고맙다구요.
이게 고마워할 일인가요.
정말 어쩌지요 이 여자를.
어떻게 해 줄 수도 없는데
어쩌다고 자꾸 이 여자는 이렇게 좌충우돌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는지 모릅니다.
자신..자신이라 했더냐...
버러러럭~!!
문득 몇 백년 전에 전생에 또다른 누군가였던 자신이 지금 이렇게 화가 났었을까요?
홑옷만 입은 그녀를 밤거리에 팽개치다시피하고 사라졌던 강재씨.
울컥 하는 마음에 돌아서 놓고 금방 그녀의 여린 몸이 떠올랐습니다.
바보 윤미주.
바보 하강재...
그런거예요 사랑은.
그 사람이 나보다 더 아파서 내가 화가 나는 거.
그래도 그 모습이 걸려서 떠나지 못하고 돌아봐지게 되는 거
그게 사랑인 거예요.
12부, 이후 이어집니다.
그게 언제가 될 지는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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