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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연인의 마을

긴 날

by 소금눈물 2011. 11. 10.





사랑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그 사랑이 다른 이에게 가는 모습을 바라봐야 하는 것은
이토록이나 잔인한 일입니다.

사랑이 아니길 바랬는데
자신도 모르게 사랑이 되어버렸다면
그것을 견뎌야 하는 것 또한
이토록이나 힘겨운 일입니다.





백 번 같은 한 번의 마음..
누가 뭐래도 그 시간들이 소중했다고,
어떤 사람들은 기억도 하지 못할 부스러기 같은 유년의 기억이라도
기억이 추억이 된 이에겐 그게 살아가는 힘이라고
그것은 소중하지 않았느냐고
그것마저 당신들이 뺏어갈 순 없잖느냐고
항변하던 미주의 말이 귀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미주에겐 추억이었겠지만
강재에겐 그녀의 모습이 고통이었습니다.
너무나 명백한 진입금지의 표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정말 들어서지 말아야 할 길이었는데
그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한 길로만 치닫기 시작해버렸고
이제는 제 몫을 요구하는 마음이 강재의 목을 조입니다.






어쩌면 앞으로도 영영 이렇겠지요.
그 사람에겐 소중하지만 희미한 추억으로 남아서
술에 취한 어느 밤,
낮은 노랫가락으로 남을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되겠지만
이제 자신은 영영 그 혼을 뒤에 빼앗긴 채
그렇게 껍데기만 남은 허울로 묵묵히 걸어가야 할 것이라고
그게 남은 전부일 것이라고.

아니, 지금은 가슴을 후벼파는 고통이 너무 커서
먼 후일의 슬픔 따위는 생각할 기력도 없겠지요.






아무데서나 잘 넘어지고 휘청대는 저 여자.
이제 저 사람이 넘어져도 부축해 줄 사람은 자기가 아닌데
어쩌자고 그 마음이라는 것은 몸보다 더 빨리만 나가버리는지
아니라는데, 아니면 아닌 건데...







돌아보지 않아도
그녀의 모습은 눈길이 닿는 곳 어디에나 있고
아무리 돌이질을 해도 그녀의 목소리는 귓가에 울리겠지만






이제까지 그것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는데
그래도 아무 상관 없었는데
그까짓 마음 따위 없다고 죽기야 하겠냐고
또 어차피 죽는 것 따위 두려워서 깡패였겠냐고

강재는 돌아보지 않습니다.
돌아다보면
그녀의 눈물을 보면
그때는 정말 어떻게 할 지 몰라서
강재는 두려워서 돌아볼 수 없습니다.





아마도 앞으로도 그 날은 끊임없이 긴 날이 될 것이라고
자신의 삶은 그렇게 아무 것도 아닌 채
얼음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그렇게 강재는 생각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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