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가 시골길에 서 있다.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는 시간.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그들은 고도라는 인물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누구인지 언제 올 지는 아무도 모른다.
에스트라공이 '이제 우리 가자'고 하면 블라디미르는 '안돼'라고 한다. '
'왜?'
'고도를 기다려야 해.'
'하긴 그래.(잠시 뒤) 너는 그가 여기 있다는 것을 확신하니?'
'뭐라고?'
'그를 기다려야만 하느냐고.'
'그가 저 나무 앞에서 말했어.(그들은 나무를 쳐다본다) 저거 말고 뭐가 보이니?'
'저게 뭐야'
'버드나무라고 하는 거야'
'나뭇잎들은 어디 갔지?'
'다 떨어졌어.'
....
그토록 기대를 했던 이 연극을 처음 본 날을 기억한다.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얼음으로 머리 속을 문지르는 듯, 극장을 나와서도 한동안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낮도 밤도 아닌 시간,
해변도 산도 아닌 공간,
의미없는 말을 주고 받으며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네 사람의 공허한 대사 뒤에
휘엉청 구부러져 있던 빈 나무 한 그루.
이 연극의 처음 무대연출가가 자코메티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 한편의 연극만큼이나 또다른 무게로 저울의 양쪽을 만드는 무대의 가난한 나무 한 그루.
이 연극을 생각할 때마다 희부윰한 조명 아래 서 있던 마른 이 나무 한 그루(그루라기보다는 차라리 한 가지라고 해야 어울려 보이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철저하게 가난하고 응집된 형상이 있을까.
꼬챙이 처럼 마른 남자, 그런데 그 마름과 결핍이 육체적인 결핍과 가난이 아니라는데 문제였다.
철저한 고독,
충족될 수 없는 외로움.혼자 걸어가는 이 .
자코메티여.
어디로 걷고 있는가.
끊임없는 당신의 그 고독한 발이 어디까지 가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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