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로 들어올 사람들이 계약서와 다르게 대출명의자를 바꿔줬음 한다고 하길래 퇴근하고 부동산에 갔다.
이사들어올 날짜는 한달 반이나 남았지만 벌써 집이 비어서 이참에 집 상태를 서로 확인해놓자고 가 보았다.
이삿짐이 나간 후라 그런지 어쩔 수 없이 벽지에 손상도 좀 가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뭐 그럭저럭 봐줄만 했다.
그런데 여기저기 둘러보다 싱크대를 열었더니 녹슨 과도가 떡 하니 꽂혀있다.
마음이 확 상해버렸다.
저도 신혼부부라면서, 들어오는 사람이 새출발을 앞둔 예비부부라는 걸 알면서 저따위 짓을 하고 싶을까.
생각같아서는 잊고 가신 것 같다고 착불로 부쳐버릴까 싶다가 그냥 버렸다.
모르는 이라도 결혼을 앞둔 이라면 덕감을 얹어서 축복해주는게 인지상정 아닌가.
자기가 살던 곳을 벗어나면서 자기 화를 뒷사람이 감당하라고 뭔 저런 짓을 한단 말인가.
아직 젊은 나이니 본인이 알고 그런 건 아닐테고 분명히 주위 어른들이 시킨 짓이겠지.
젊은 사람들한테 참 잘도 좋은 걸 일러준다.
약사라니 똑똑하고 야무진 사람일텐데 확 빈정이 상해버렸다.
새댁. 마음을 그렇게 쓰면 못써! 해산 앞둔 사람이 왜 이렇게 맘이 곱지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