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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펼쳐진 일기장

모순

by 소금눈물 2019. 3. 15.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린 중국 구이저우 판징산이라는데 나는 이런 사진을 보면 기분이 씁쓸해진다.

상상속에서나 가능했던 구름 위의 산, 구름 위의 세상- 어렸을 때 서유기나 오빠들이 보던 무협소설을 몰래 훔쳐보며 상상했던 무림고수들이 비급을 연마했을 법한 곳.

 

실상은 인간이 다다들 수 없는 곳.

이런 곳을 그저 바라보고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기어이 정복(나는 이 말을 몹시!! 싫어한다.)해 인공구조물을 세우고 까마득한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며 희열을 느꼈을 인간. 그리고 개미처럼 다시 이 곳에 올라 그 정복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끊임없는 행렬.

 

이 정도의 산은, 바다는, 하늘은, 늪은, 사막은 -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위해 남겨놓고 싶었을 것 같은 신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저 바라보고 기원하며 의식 저 너머의 공간으로 공유해서는 안되는 것이었을까.

 

물론 이 말도 오류와 편견과 무지가 있는 말이겠지.

자연의 규칙과 질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그것들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뛰어든 지난한 역사가 있어서 오늘의 인간과 세계가 존재함도 나는 인정한다.

 

사람은 다 제 눈앞의 그릇과 보이는 우물 밖의 하늘만 보고 판단하는 법이다 역시.

당장 그 무구한 역사속의 도전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 일상도 없을 것인데, 나 혼자 자연을 오롯이 관조하고 누리고 싶은 욕심에 헛소리를 했나보다.

당장 이 사진 조차도 이 험한 산에 올라 찍어준 기자가 아니었더라면 보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것인데 말이다.

 

저 곳을 오르는 저이들이나, 나나 무슨 차이가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