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밑줄긋기
책
by 소금눈물
2011. 11. 7.
06/16/2006 02:46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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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결코 망각의 죽을 먹지 않을 거예요.
가족과 고향, 절친한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잊고,
제가 살아온 날들을 잊고,
인간의 삶에서 제가 받았던 그 아름다운 정감들을 모두 잊으면서까지
얻고 싶은 것은 없어요.
- p 224
반 레 <그대 아직도 살아 있다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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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테러의 충격에 분노한 나머지 아프가니스탄의 황량한 모래벌판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만일 그에게 소중한 기억들, 거치적거릴 만큼 복잡하고 많은 기억이 있다면 (누대로 세습된 동양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이 아니라!) 도대체 타자의 존재에 대해, 그것이 비록 거친 사막에서 담요 한 장 없이 벌벌 떠는 삶일지라도, 그토록 오만할 수 있을까.
이 경우, 뉴욕 무역센터 쌍둥이빌딩에서 이유도 모른 채 죽은 수천 명의 희생을 들이미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죽음을 욕되게 하는 행동일 뿐이다.
삶의 기억이 풍요롭다면 (부끄러운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슬픈 기억이든 자랑스러운 기억이든 상관없이!), 그리고 그것을 기억해내는 행위로서의 '기억'이 우리 인간에게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이해한다면, 테러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테러로 다시 응답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위인지 '육체적으로' 금세 알아차릴 것이기 때문이다.
p 235
제목 : 책
지은이 : 김남일
펴낸 곳 :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