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부터 얼리버드로 티케팅해놓고 오매불망 기다리던 타이둥 여행.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전날 친구들과 레지던스를 빌려 밤드리 노닐고 아침 이른 비행기로 떠납니다.
공항열차를 타고 김포에 다 와가던 그때, 텔레그렘방이 난리가 났습니다.
- 악 어쩌면 좋아. 혼자 가고 있어! 약! 약! 약 두고 갔어! 화장품 파우치도!!
사실 지지난달부터 허리가 너무 아파서 한의원에 다니며 몸을 만들고 되도록 걷는 것도 자제하고 욕심부려 등록해놓은 학원만 겨우겨우 다니고 있던 차였습니다.
약봉지만 해도 몇 종류인데 그걸 두고 나왔다니! 두고가는 게 없나 꼼꼼하게 살핀다고 살폈는데!
어쩐지 출발이 불길합니다. ㅠㅠ
체크아웃하지 않고 남아있던 친구가 먼저 입국수속부터 하고 있으라고 해서 일단 발권부터 받고.
아 이런 거 너무 좋아.
지난 번에는 못 봤는데 김포공항 출국장 앞에 달항아리를 형상화해놓았네요.
세계를 품는 우리 달 항아리의 넉넉하고 아름다운 자태.
헐레벌떡 달려온 친구에게 약을 넘겨받고 드디어 출국장으로 들어섭니다.
잘 다녀올게. 이쁜 거 사다줄게 ^^
두 시간 남짓 날아 도착한 송산공항.
타이뻬이는 그저 스쳐갈 뿐 ㅜㅜ
MRT를 타고 메인스테이션으로 고고!
메인스테이션에 도착했는데, 진짜 크고 복잡하긴 하네요.
지도를 들고 헤메다 지나가는 아가씨에게 물어봤더니 직진! 직진해서 왼쪽으로!
씨에씨에~
그동안 사진으로 그렇게 많이 본 <타이뻬이 중앙역>의 모습입니다. ^^
기차노선도 처음 가는 사람이 찾아가기엔 복잡하고, 기차체계도 잘 모르겠고 T_T
혹시나 비행기가 딜레이될지 몰라서 기차 예약을 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표를 끊고 이란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는데 개찰구를 모르겠고 ㅠㅠ
꽃도령들 세 명이 지나가길래, 얼른 잡아서 나 이란으로 가야는데 어딘지 모르겠어 도와줘 했더니 표를 보고는 이쪽으로 따라와
염치불고 씐나게 쫓아갑니다. - 나머지 여정 내내 이렇게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고 도움을 받고- 그 모양으로 되어버렸네요.
생각하니 정말로 여행의 처음과 끝을 대만사람들의 친절경험여행이 되어버렸어요.
시간을 다시 확인해주고, 남은 여행 내내 즐겁게 잘 보내 ^^ 인사까지 해주는 도령들과 작별을 하고
무사히 이란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습니다.
드디어 본격적인 여행 시작입니다. !!
이란으로 가는 기차는 쯔창하오 (自強號 자강호 Tze-Chiang Limited Express : 우리나라 새마을호 급 , 지정석)입니다.
그런데 지하철 안 같아요. ^^
외국인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붐비지도 않는 넉넉한 좌석.
드디어 대만에 와 있구나 실감을 합니다.
과연 혼자서 잘 지내다 갈 수 있을까. 조금은 설레이고 걱정되 되면서 공부를 열심히
-는 개뿔. 잠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_=
꾸벅꾸벅 졸다보니 자오시를 지나고 있네요.
드디어 타이뻬이에서 한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이란입니다.
역이 참 이쁘지요?
역에서 내려서 바로 근처에 잡은 호텔을 찾아
일단 짐을 부려놓고
아 배고파.. ㅠㅠ
이 근처에 혹시 먹을만한데가 있냐고 물어보니 소개받은
은 바로 옆 가게.
아침부터 커피 한 잔으로 때우고, 오후 네 시가 다 되도록 아무 것도 못 먹었더니 정말 배가 고프네요.
일단 이걸로 요기를 하고.
이란역의 상징이라는 지미공원을 찾기로 했습니다.
여행책 정보에서, 이란역에서 택시를 타라-는 말을 기억하고 택시를 잡고 지미공원으로 가주세요 했더니
뭔 정신없는 소리를 하냐 하는 표정으로
"저기 보이잖아 지미공원!"
응??
뿌하오이스! 뎨둉합니다;;;
역에서 나와 바로 마주보이는 작은 공원이 지미공원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지미공원>을 찾으시는 거라면 여기가 맞습니다만.
우리가 가이드북이나 인터넷에서 보았던 그 예쁜 조각들이 많이 있는 지미공원을 찾으시는 거라면 여기 아닙니다. T_T
출력한 안내지를 들고 아무리 찾아봐도 비슷한 그림이 안 보여요.
꼬마야. 설마 너 혼자니? ㅠㅠ
공중에 매달린 기차 소년에게 물어봤더니 대답을 안 해주네요.
무정한 녀석.
다리도 아프고 날은 덥고- 시작이 왜 이 모양이야 투덜거리다 지미공원 한쪽 구석에 있는 슬로우 트레인찻집을 찾았습니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대만 특유의 까페 분위기입니다.
지미공원 찾는데 안 보여- 하고 물어봤더니 저기로 가서 저리로 건너가서 쭉 가면..
+_=
어... 고마워.
더 찾아야한다는 소리군 -_-;
일단 아이스크림을 한 컵 먹고 끙차!
슬로우 트레인을 나와서 어정거리고 걷다가, 앗!!
뭔가 분위기가 보이려고 하네요!
귀여운 소년소녀 조각 옆으로 여행객들이 와글와글 몰려들어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오 근처인가보다! 하고 둘러보니 큰 길 건너편에 조각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맞은편!!
그러니까, 역에서 내려서 큰 길 가로질러 건너지 말고요. 건너편에 보이는 공원은 훼이크입니다.
기차에서 내려서 바로 왼쪽, 인포메이션쪽으로 꺾으세요. 인포메이션과 인형가게를 지나서 쭈욱 가시는 겁니다.
이렇게 예쁜 담쟁이 창문이 보이는 쪽.
작년에 잃어버린 내 가방을 누가 여기에 -_-;
이란 역 지미공원의 상징인 서로 헤어지는 남과 여.
여행객들이 줄을 서서 기념사진을 찍는 상징입니다.
이렇게 예쁜 벽들 앞에서도 여지없이 줄이 길고요.
곳곳에 아기자기 예쁜 조각과 그림이 많아서 연인들도 가족들도 많이 찾는 곳인가봅니다.
좀 구경해볼까요?
보시다시피 이 공원의 테마는 <여행가방>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나 추억을 만들고 떠나는 역을 형상화했나봐요.
지미작가는 타이완에서 사랑받는 작가라는데, 남녀노소 누구라도 좋아할만한 동화같은 아름다운 작품들이었어요.
특별할 거 없어뵈는 역에 이 작품들로 인해 확 활기가 번지고 참 이쁘네요.
역 주변 작은 가게들도 아기자기 이쁘고
보기엔 낡고 허름해보이지만, 유리창 너머로 들여다보면 예쁜 엽서와 찻잔들.
한숨 쉬어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 이제 공원도 돌아보았고, 좀 이르다 싶긴 하지만 야시장에 들러서 저녁 끼니를 먼저 해결해볼까요.
이란 뚱먼예시.
어머나 뭐 이런 !! ㅎㅎㅎ;;
다섯시가 좀 넘은 시각, 살아나기 시작하는 야시장입니다.
일단 타이완에 왔으니 뉘러우미엔과 망고빙수!!
그러나... 이 시장의 냄새는 타이뻬이의 그 시장들과는 다릅니다.
여행을 다니며 다른 나라의 시장을 돌아다니는 걸 큰 즐거움으로 알고, 로컬음식에 별로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라 자부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깨졌어요. T_T
취두부 냄새도 아니고 이건 뭐랄까..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독특하고 난감한 향신료냄새, 덥고 습한 저녁나절 코를 휘감는 그 냄새는 치솟던 허기도 가라앉힙니다. 아놔 어떡해 ㅠㅠ
우육면도 망고빙수도 보이지 않고. ㅠㅠ
도저히 덥고 배고파서 못참겠다 하고, 그래도 그 중 안전하다 싶은 수박주스를 사서 막 돌아서는데
왜 이런 건 늘 맘에 안 드는 다른 걸 산 다음에나 보이는 걸까요? ㅠㅠ
시장에서 먹는 저녁은 포기하고, 닭볶음과 파인애플 맥주를 하나 사서 덜렁덜렁 숙소로 들어왔습니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짐을 대강 정리하고
그동안 내내 그리워하던 (술꾼같잖아!!) 파인애플 맥주와 닭볶음-조림인가-을 안주겸 식사 겸 삼아 먹으며
혼자 막 행복해 죽습니다.
눈이 환해지는 중기씨 안녕! 잘 따라와줬네. 반가워요 ^^
대만에서는 더빙방영이네요.
이렇게 저녁을 때우고, 숙소 바로 앞에 있는 마사지샵에 들렀어요.
쥔장 할머니가 뭐라뭐라 인사하는데
응??? 전혀 못 알아듣겠어요!
발만 하고 싶은데 해주실 수 있나요?
블라블라블라~
+_+
조금도 못알못듣 ㅠㅠ
타이뻬이에선 별로 불편하지 않았는데, 타이뻬이서 고작 한 시간 반을 건너왔을 뿐인데. 여긴 지방어가 너무 심해요 ㅠㅠ
동네 사랑방이었는지 여러 분들이 놀러오셔서 당신들 끼리 뭐라뭐라 하시다 제게 뭐라뭐라 하는데 또 ㅠㅠ
젊은 분들이 들어오시길래 이분 들 얘길 전혀 못 알아듣겠어요. 하니 막 웃으시면서 그렇죠? 하더라능.
한국인을 처음 보았다고, 너 혼자 왔니, 대단하다 야 뭐 그런 얘기들.
보시다시피 이런 외모면 어느나라에 가도 안전합니다 자폭을;;
내일 화롄으로 가는 여정이라 일기예보 정보나 차편 정보도 주워듣고.
500- 좀 비싸다 싶긴 했지만 친절하게 여러 얘기들도 해주시고 관심을 보여주시고, 팁을 얹어 600 드리고 나왔습니다.
아 피곤...
첫 밤이 저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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