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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소금눈물의 그림편지

<창가의 여인> -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by 소금눈물 2015. 7. 27.

 

 

 

 

오늘은 당신과 대화하기를 원하지 않는 여인을 보여드립니다.

 

특별한 아무 장식이 없는 방 안, 그녀는 밖으로 창을 열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녀를 흔드는 것은 당신이 아닙니다. 그녀는 지금 자기 자신조차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가냘픈 몸피에 역시 특별한 장식이 없는 소박하고 단정한 옷차림은 그녀의 정숙하고 단정한 성품을 짐작하게 합니다.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가재도구 하나 보이지 않고, 군더더기 일체 없는 엄숙하고 검소한 집안과 달리 밖으로 난 창을 통해 펼쳐지는 하늘은 아름답고 환합니다. 천천히 흘러가는 흰 구름 아래 돛단배가 지나가고 있나봅니다.

창틀에 몸을 기대고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니 어디일까요.

 

어둔 방안을 열어젖히며 들어오는 저 곳.
건조하고 목마른 삶의 한 가운데, 닿지 못하는 동경의 하늘 위로 바람이 인도하는 뱃길을 따라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배, 그 배의 깃대.

한없는 동경과  이렇게 목마르게 하고 동경하게 만드는 저 곳.
그녀에게 허락된 자유는 고작, 이 작은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는 것만이 전부였겠지요. 엄격한 윤리와 그녀를 키운 교육과 종교의 어두은 힘은 그녀를 이 창가에 못박아놓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닿을 수 없는 동경과 갈망은 어찌 이리 간절하고 쓸쓸한 것인지요.
갈망이 뜨거울 수록 현실은 무력하고 어두을 뿐. 아마도 그녀는 창밖을 향해 팔을 뻗지도 못하고 가만히 바라보다 창문을 닫아버렸을 것입니다. 더 이상 무의미한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덧창까지 닫아걸었겠지요. 그녀의 안으로 누구도 들어올 수 없고 그녀는 나갈 수 없습니다.

 

1774년 독일에서 태어난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는 독일 낭만파 화가입니다.

그 시절 흔히 그러하듯, 의학이 발달하기 전이어서 도처에 죽음이 흔했지요. 열 명 중 여섯째로 태어난 프리드리히도 일곱 살때 어머니가 죽고 형제들 중 셋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납니다. 천성이 예민했던 프리드리히는 그 영향으로 줄곧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내성적으로 자라납니다. 그의 그림속에서 그는 사람보다는 압도적인 자연의 모습들을 주로 그리며 그 속에서 한없이 나약해질 수 밖에 없는 인간과 적막하고 아득한 자연속에서 종교로 나아가는 고요하고 엄숙한 세계를 보여줍니다. 그의 사람들은 한없이 작은 모습으로 보여지거나 뒷모습으로 나타나지요.  죽어버린 나무들, 철저한 고독과 죽음의 세계에 비현실적으로 떠 있는 잊혀진 수도원, 눈속의 먼 교회 첨탑, 유빙속에 파괴된 배의 조각등을 통해, 죽음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한계와 고독하고 숙연한 종교적 장엄미까지 느껴지지요.

 

죽음을 연상케 하는 침묵과 자연의 압도적인 힘. 무력한 인간의 한계를 절절하게 그린 그이지만 이 그림 속에서 주인공은 먼 바다로 나가는 배에 자신의 꿈과 이상을 싣고 바라봅니다. 이 작은 창의 프레임이 그 꿈의 전부이겠지만요.

 

사회의 규범이 더 완강하게 요구되었을 시민계급의 여인이 바라보는 하늘,  다른 그림에서 관람자를 압도하던 하늘과는 좀 다른 표정을 갖고 있네요.

 

아마도...그는 어쩌면 정말 저 바다로 나아가고 싶었는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