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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소금눈물의 그림편지

<미스 에설 워익>- 필립 윌슨 스티어

by 소금눈물 2015. 7. 26.

 

 

 

그림의 화질이 썩 좋지가 못합니다.

이미지를 구하지 못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도록의 그림을 전화기 사진으로 찍었더니 이렇네요 ㅜㅜ

 

작가도 그림도 좀 낯설지요?

케이프타운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필립 윌슨 스티어의 작품입니다.

모델의 이름을 그대로 써서 <미스 에설 워익>이라는 제목이 붙어있지만 원제는 좀 달랐습니다.

<팬지 꽃, 저를 생각해달라는 뜻이지요> 랍니다.

<햄릿 4막 5장>, 미쳐버린 오필리어가 시들어버린 잡초를 꺾어와 그것을 꽃과 풀잎이라고 부르며  하는 말입니다.

사랑만을 생각했던 아름답고 순진한 처녀 오필리어가, 징벌을 받은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살해한 애인 햄릿 사이에서 미쳐 자살해버립니다. 누구의 잘못이었을까요. 가장 사랑하고 믿은 두 사람 사이에서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그녀가 머물 곳은 없었겠지요.

 

오필리어를 생각하며 그림을 보면 이 아름다운 처녀의 눈동자가 왜 이리 슬퍼보이는지 알겠습니다.

화질이 몹시 구려졌지만 도록에서 보이는 원화는 아름답고 가벼워 보이는 반짝이는 소재의 옅은 연두빛과 회색이 섞인 드레스입니다.

분홍 리본을 머리에 꽂고 환하고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젊은 처녀의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군요. 그녀는 화면밖의 관람자를 향해 똑바로 앉아 있지만 그 눈길은 서로 섞이지 못합니다. 그녀 안의 슬픔과 고통이 너무 커서 마치 껍데기가 앉아있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그녀의 목을 가로질러가는 검은 스카프는 그녀의 목을 죄는 고통의 그림자처럼 보입니다.

 

햄릿의 오필리어는 많은 화가들에 의해 그려졌고 또 많은 시인들과 작가들이 사랑한 주제이기도 했습니다. 라파엘 전파의 화가들이 특히 많이 사랑했지요.

극적인 이야기가 많은 그림을 나는 좋아하지만, 그 표현은 꼭 커다란 움직임이나 화려한 빛의 효과들을 통해서 보여지지만은 않습니다. 움직임이 거의 없는 이런 고요, 관람자가 무어라 말을 건네기가 어려운 침묵의 공간을 통해서도 그림 속의 주인공들은 울림이 큰 말을 합니다.

 

모델이었던 에설 워익은 전설적인 미모로 이름이 난 모델이었답니다. 소유주였던 데이비스 부부가 1936년 미술관에 이 작품을 기증하면서 제목을 바꾸었습니다. 원제가 훨씬 나앗던 것 같네요 제가 보기엔.

 

작가인 필립 윌슨 스티어는 영국의 대표적인 인상주의화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왕립미술학교에 지원하였으나 낙방하였고 이후 빠리 쥘리앙 아카데미와 에콜 데 보자르에서 공부합니다.  모네의 열렬한 추종자였고  존 싱어 사전트와 조지 클로젠 등 젊은 화가들과 함께 <영국 신미술 클럽>을 창립하였습니다. 존 싱어 사전트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화가인데 언제 그의 그림을 살펴볼 일이 있을 겁니다.

 

해변과 바다풍경등을 통해 색과 빛의 굴절을 실험했던 스티어.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의 여인 그림들과는 좀 다른 느낌이 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