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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낡은 서고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철학의 역사

by 소금눈물 2015. 7. 3.

 

 

중국어 수업 방학한 사이에 멈춰있던 책을 다 읽었다.

팟캐스트 <지대넓얕>- 철학 편을 듣던 중이어서 중세철학부터는 더 한층 재미있게 보았다. 인간과 세계, 우주에 대한 기원을 고민하고 그것을  이해하려 노력하기 시작한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철학사를 한번에 꿰는 기획은 좋았고 중간중간 적절한 도판과 사진들이 부족한 이해력을 뒷받침해주어서 심심할 틈이 없었다.

 

대학 새내기때, 아무런 흥미도 보람도 느낄 수 없던 전공수업 대신에, 작은오빠의 여자친구이던 지금의 새언니네 학교에서 철학책을 주구장창 빌려다 읽던 생각이 났다. 괴롭던 그 시절, 테트리스 벽돌 쌓듯이 허기진 지식욕을 채워주던 철학 책들. 그 책을 읽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이후에도 인문학과 철학 언저리를 맴돌며 살아는 왔으나 이렇게 무겁지 않은 통사로 읽어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내 남루한 삶이 고급한 사유를 사치로 여기게도 하지만, 삶이 고단할 수록, 정치와 사회가 환멸을 불러일으킬 수록 나를 가다듬고 세상을 보는 통찰을 위해서라도 더더욱 읽고 고민하며 본연의 가치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그지같은 활자 크기였다. 풍부하고 아름다운 도판과 질 좋은 종이로 엮었으면서 어찌 글자 크기를 이 따위로 만들어놓았는지, 시력이 좋지 못한 나는 더더구나 읽어나가는 게 여간 고행이 아니었다. 미간을 찡그리고 온 신경을 기울여서 더듬더듬 읽다보면  짜증이 폭발할 지경이었다. 은퇴하고 죽기 직전까지 건강하고 즐거운 책읽기를 인생의 마지막 보람이요 즐거움으로 여기고 살아온 내가, 더더욱이나 약한 시력을 불안케 하고 책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날이 어떤 것인지를 미리 짐작하게 한 공포스런 시간이기도 했다.

 

펴낸 이를 도저히 좋아할 수 없지만, 그래도 썩 괜찮은 책이다 싶어서 조금 용서해주겠다 마음 먹었다가도 활자 크기만 생각하면 다시금 분노가 치민다.

 

읽을 만큼은 키우자. 그 정도 책값은 감당할테니까!

 

 

지은이 : 브라이언 매기

옮긴이 : 박은미

펴낸 곳 : 시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