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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참 전에, 동인문학상 작품상의 표절 문제가 터졌을때 떠든 말이다.
이때 이미 이 나라 문단 한다하는 어른들, 대가들이 표절을 어떻게 대하는지, 자기들 밑에 줄 선 사람들에 대해 어찌 행동하는 지는 이미 알았다.
요즘 두 작가의 대립으로 문단이 다 시끄럽다. 아니 문단을 나와 안 그래도 메르스로 어수선한 시장까지 들썩거릴 정도이다. 며칠동안 지켜보다 보니 한숨이 나온다.
신경숙이 어떠한 작가인가, 그 작가적 양심은 건강한가- 그것보다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우리나라 문단의 가장 크고 확고한 성채인 창비의 태도이다.
그래 창비. 무려 창비다. <창작과 비평>이 이 땅에 끼친 힘이 무엇이었던가. 비단 문청이 아니라 해도 창작과 비평이라는 출판사를, 그 출판사에서 나온 소설과 시와 동화와 평론, 사회담론 중 어느 한 권이라도 없는 집이 있을 수 있을까. 시대가 어렵고 풍파에 휩쓸릴 때마다 터져나온 창비의 목소리는 얼마나 엄중하고 서늘했던가.
<창작과 비평> 사명(社名) 그대로 창작과 비평은 이 출판사를 지탱하는 두 기둥이었다.
그 창비가 자기가 키우는 스타작가에 대해, 그동안의 자부와 자존심을 버리고 이렇게 나오는 것은 그렇다 치자. 내가 더 배신감을 느낀 것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태도이다.작가회의까지. 허! ...
이전에 권작가 표절건에 대해 내가 분개했을 때 선생님은 철모르는 문청의 순결주의정도로 치부하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것이 마음이 상했다. 모든 예술 분야가 그러하지만 특히나, 문자가 창작의 도구인 문학의 경우 표절은 작가에게 있어 자살이다. 새로 만들지 못할 바에야 침묵하던지 쉬어야 한다.
신작가가 등단하기 전 문학수련을 어찌했는지를 안다. 대가의 작품들, 명작들을 수도없이 필사하였다고 했다. 아니 신작가 뿐 아니라 문학을 지향하는 청년들이라면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필사수첩을 몇 권 갖고 있느냐가 그이가 얼마나 오래, 정성들여 정련하던 이였느냐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얼치기 지망생으로 끝나버린 나 역시, 좋은 문장을 수도없이 필사하였고 아직도 그런 버릇이 남아있다.
그렇다고 하여도 그건 그거다. 수도없이 필사하다보면 나도모르게 그 분위기가 남아 있어 의도하지 않아도 몇 구절쯤, 혹은 어떤 상황이 나도 모르게 내 작품이 들어왔다 치자. 모르면 몰라도 지적을 당한다면 확인해보고 바로 반성을 하든지 해명을 해야 한다. 독자를 많이 가진 이라면 더더욱이나 책임감을 갖고 더 깊이 반성해야 한다.
신작가가 단지 문청일때 그런 필사는 좋은 훈련이었겠지만 프로가 된 다음에도 이러는 건 아니다. 강을 건넜으면 배를 버려야 한다. 배를 들판까지 끌고 들어와 눈 가리고 아웅하다 이런 망신을 자초했다.
신작가를 감싸는 작가들, 침묵하고 있는 그 쟁쟁한 스타 작가들과 평론가들은 다 어디있는가. 어찌 이러는가. 어찌 이 나라의 작가들이 다 모여있다는 작가회의에서, 누구보다 진보적이고 깨이었으며 시대의 척도를 기록하고 있다는 작가회의에서 이렇게 나올 수가 있다는 말인가. 실망스럽고 개탄스럽다. 분노가 치민다.
번연히 보이는 표절을 감싸면서도 부끄러움을 알지 못한다면 독자에 대한 모욕이다. 그들이 지금까지 쌓아온 탑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신작가만큼 대중적인 지명도는 떨어질지 몰라도 이작가가 신인도 아니고 무명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태도가 문단에서 나온다. 인기와 권력을 가진 이가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고도 승승장구하는 꼴은 충분히 볼만큼 보았다. 우리 문단에서까지 보기는 정말 괴롭다.
몇몇 소수의 작가와 평론가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기대하던 바에 비하면 실로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부끄럽지 않은가.
이 땅의 작가라는 사람들, 비평가라는 이들, 침묵으로 옹호하는 그 펜이 진정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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