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업무 양이 장난이 아니네요.
퇴사한 직원 이후 충원이 안 되어서 업무시간에 눈치보며 글질하는 것도 어렵고(이건 당연한 소리지만;;) 뭐 그렇습니다.
게다가 일주일에 하루는 공부하러 가고 또 하루는 치과에 넉 달째 출근 중입니다(여러분 충치 조심하세요 ㅠㅠ).
뭔 얘길 하려고 했더라 -_-a
밤에 조용히 책을 뒤적거리던 즐거움을 잊고 삽니다. 뭐 하느라 이리 바쁜지.
부산하고 바쁜 마음을 잠깐이라도 좀 놓고 쉬어보자고 밝게 나가고 싶어서 이번 주제는 '술'로 잡았습니다. 앞으로 일주일간은 술 얘기를 좀 해볼게요.
프란츠 할스에 대해 전혀 모를 때, 할스의 그림을 보고 나는 램브란트의 그림인 줄 알았어요. 등장인물의 옷이나 그림 속에 드러나는 배경, 직업들이 닮았어요. 같은 시대, 같은 나라에 살던 화가들이었고 또 그들 모두 평범하고 친근한 인물들 통해 그들의 작품세계를 보여주었던 이들이니 기시감을 느끼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는지 몰라요.
다시 한번 들여다보면 역시 두 사람의 그림은 다릅니다. 풍부한 색채를 그대로 표현하기보다는 빛을 통해서 오히려 감추고 드러내는 램브란트의 그림은 그야말로 빛을 가지고 노는 거장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고독하고 적막한 인간 내면의 어두운 모습까지 빛으로 표현했던 램브란트가 좀 어둡고 깊다면 할스의 사람들은 발랄하고 유쾌합니다. 비싼 레이스깃을 단 옷을 입은 귀족이나, 반쯤 가슴을 드러내고 흐트러진 머리칼을 하고 밝게 웃는 젊은 여인이나 그들은 자신들의 인생을 사랑하고 행복해하지요. 밝고 즐거운 할스의 사람들을 보면 관람자들도 덩달아 미소를 짓게 됩니다.
오늘 이 아저씨도 그렇습니다.
이 술꾼 아저씨앞에서 관람자들은 골똘히 명화를 들여다보는 사람이 아니라 탁자를 두고 마주앉은 친구가 됩니다.
하루 일을 마치고 들른 선술집일까요? 불콰한 볼을 보니 벌써 전작이 있습니다. 아무렇게나 자란 수염을 쓱쓱 문지르고 손을 저으며 신나게 이야기를 하고 계십니다. 아 오늘 오다보니 내 마차뚜껑이 절반이나 날아갔지 뭐야. 지난 달에 건넛마을 요셉에게 100길더나 주고 단 거란 말이지. 아무래도 그 사기꾼 녀석이 내 뒤통수를 친 것 같아.- 그런 얘기를 하고 있을까요?
앞자락이 찢어진 조끼를 보니 그다지 단정하고 근엄한 집안 사람은 아닌가 봅니다. 하루벌이를 마치고 집에 가기 전 습관처럼 들른 선술집에서 벌써 하루 품삯을 다 써버린 듯 합니다. 그래도 아무 걱정도 없어보여요. 낡은 옷을 걸치고 얼굴도 깨끗하지 못하지만 그까짓 거 잘난 체 하는 샌님들이나 걱정할 일이지, 대장부가 되어 째째하게 그런 걸 신경쓰나요. 한 잔 술을 나누며 속을 풀어버리면 여기가 천국이지요 뭐.
기울어진 모자 챙과 술잔 속의 술이 정지된 화면이 아니라는 걸 깜박 잊게 하네요. 저렇게 큰 소리로 떠들다 술잔을 놓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돈 많고 지위 높은 그런 사람들이 그림 속을 차지했던 시대가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삼이사, 우리 옆에서 흔히 만나는 얼굴들, 마차꾼, 술집 주모, 관청의 관리들, 책 속에 빠져든 아이들- 그런 사람들을 사랑했던 즐거운 할스씨.
아저씨! 오늘 술값으로 다 날려버리지 마시고 얼른 집으로 돌아가세요. 마나님 화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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