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보낸다면... 떠나시게 한다면...
안될 것 같아요.
도저히 어찌 살아갈 지 생각할 수가 없어요.
몸보다 먼저 간 마음은 언제나 너무 빠르고
깨닫는 가슴은 언제나 너무 느렸어요.
모르겠느냐
나는 지금 너에게 임금이 아니라 한 남자로서 내 곁에 있어달라고 하는 것이다...
내가 망설이고 두려웠던 것처럼
그 분도 그렇게 떨리고 힘겨운 일이었을것을.
버릴 것 없는 가난한 이 마음보다
온 세상이 그 다스림 안에 있으니, 돌아보고 아픈 이들 역시 더 많으셨을 것을...
비바람속에 홀로 서 있는 것처럼 늘 외롭던 저하.
그 분이 손을 내밀었을 때, 오직 이 작은 마음이 간절히 필요했던 것임을
왜 이렇게 늘 늦게 깨닫는 것일까요.
진정으로 두려운 것은 그 손을 놓는 일
그 따뜻한 눈길을 떠나게 되는 일
견디라시면,
찬 바람은 함께 견디며 가자 하시면
거기가 어디라도 기꺼울 것을.
너무 늦었을까요.
미련한 마음이 너무 늦게 온 것일까요.
전하...
송연아..
전하...
전하...
꿈이겠지요.
정녕 꿈이겠지요.
와 주었구나.
네가 와 주었어!
넋을 잃은 듯 서 있는 송연.
전하의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늘어진 팔뚝이었습니다.
제 몸이 상한 줄도 모르고 허깨비처럼 서 있는 그녀.
어찌된 것이냐.
다친 것이냐.
괜찮습니다.
이런 것쯤은 아무래도 괜찮습니다.]
괜찮다니 이렇게 피가 흐르고 있지 않느냐
가신 줄 알았습니다.
제가 너무 늦어 이대로 가신 줄 알고...
송연아..
함께 가겠습니다 전하.
그리 해도 된다면.. 전하를 따르겠습니다.
부족하고 모자란 마음 뿐입니다.
불민하고 미천한 제가 전하께 드릴 수 있는 것은 오직 마음 뿐입니다.
그것만이라도 괜찮으시다면 전하의 곁에 있고 싶습니다.
소신..그리해도 되는 것이라면 죽는 날까지 전하 곁에서, 전하를 모시고 싶습니다.
마음 뿐이라 했느냐
부족하고 모자라..마음 뿐이라 했느냐...
전하...
미욱한 것!
어리석은 것!
어디서 이렇게 넘어져 몸을 상하고도 바보처럼 아픈 줄도 모르고 뛰어오다니.
어리석구나.
너를 두고 내가 궐로 갈 줄 알았더냐.
나 혼자서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겠다 하지 않았느냐.
이 밤이 다 가기로, 어찌 나 혼자 간다는 말이냐.
다치지 말거라 송연아
내가 너를 지켜줄 것이니 내 곁에서 다시는 아파하지 말거라.
아프지 말거라.
네가 아프면 내가 견디지 못한다.
네 아픈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내 허물을 용서하거라.
전하...
놓지 말거라.
행여 어떤 모진 바람으로 아플 날이 오더라도 내 손을 다시는 놓지 말거라.
너를 만난 이후로 너는 내 은밀한 꿈이었고 바라보는 별빛이었다.
너 없이 걸어가는 캄캄한 길, 나는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다.
너는 내 인생의 단 한가지 꽃
내게 와 피어라.
네가 지면 나는 살 수 없으니
네가 없이 어찌 내가 있고 나 없이 너를 두겠느냐.
잘못 하였다 후회하실지 몰라요.
어리석은 마음이었다 미워하실지 몰라요.
하지만 전하.
그 날이 온다 해도 저는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감히 전하의 마음을 훔친 죄를 목숨으로 물으신다 하여도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잊지 말아요.
달빛이 꽃으로 부서져 흩날리던 이 밤의 말씀을
잊지 마셔요 전하.
부르시는 그 날까지.
전하의 곁에서 마지막 숨결을 놓기로 한 이 밤의 마음을
잊지 마셔요.
우리 함께 첫발을 딛던 이 밤을
영영 잊지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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